【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반도체와 철강, 냉매 제조에서 필수소재로 쓰이는 불화수소의 핵심원료 형석 가격이 10년 만에 천장을 뚫었다. 이달 들어 관련업체들도 잇따라 가격인상 행렬에 동참하는 추세다. 형석을 전량 수입해 쓰는 한국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1일 증권시보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형석 가격은 전통적 냉매업계의 수요 호조와 신에너지산업 발전으로 t당 3000위안을 돌파했다. 일부 업체는 3200~3300위안까지 올렸다.
이달 8일 기준 푸젠강미광업과 저장우이선룽은 t당 각 50위안, 장시더안실업은 100위안, 장시헝퉁광업은 150위안을 각각 상향 조정했다. 중국 최대 형석업체 진시자원은 증권시보에 "형석 가격은 확실히 상승 추세다. 일부에서는 t당 3300위안까지 받고 있다"고 전했다.
형석 가격은 지난 10년 동안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니켈, 코발트, 리튬 등 신에너지 주요 자원과 달리 형석은 전통산업이 주요 수요처다. 냉각제 산업에 전체의 50%를 공급하고 나머지는 반도체와 제강 등에 투입된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 내 부동산 경기 악화, 코로나19로 인한 수출차질이 타격을 줬다.
플루오린화 칼슘으로 이뤄진 형석은 반도체와 냉매, 제강 등 제조공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불화수소의 기본원료다. 형석에 황산을 반응시켜 물이 없는 불화수소 기체인 무수불산을 만들고 이를 다시 정제해 고순도 불화수소를 생산한다.
불화수소는 반도체·제강 공정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소재이다. 무수불산은 냉매의 원재료다. 앞서 2019년 일본이 대한국 수출규제의 무기로 사용했던 품목 중 하나가 고순도 불화수소다.
형석 가격 상승은 갈수록 엄격해지는 환경보호 조치로 광산기업 가동률이 하락한 데다 겨울철 휴업 업체까지 증가한 것이 1차적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2016년부터 형석을 전략광물로 지정, 생산을 통제해왔다.
3·4분기 들어 형석으로 만드는 불화수소 생산량이 대폭 늘었다. 중국 원자재 시장 조사업체 바이인포 데이터를 보면 불화수소 생산량은 7월 30일~8월 5일 3만1000t에서 9월 24일~30일 3만8000t까지 증가했다. 증권시보는 "형석은 불화수소 외에도 신에너지, 신소재 등 전략적 신흥산업과 흑연 양극재, 태양광 패널, 인산리튬 등 국방, 군사 분야와도 떨어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형석 매장량이 가장 많은 국가(2021년 기준)는 멕시코다.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몽골 등이 뒤를 잇는다. 멕시코와 중국을 합치면 매장량이 1억1000만t으로 전 세계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한국은 일본과 수출마찰 이후 불화수소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원재료 대부분은 멕시코와 중국에 여전히 의존하고 있다. 한국에도 형석광산이 있다. 다만 1980년대 이후 중국산 형석 유입으로 채산성이 악화돼 생산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9월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나온 폐수슬러지(침전물)로 형석 대체물을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아직 활용 목표치는 연간 수입량(2만t)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 진시자원은 2021년 연례보고서에서 형석 수요는 오는 2025년까지 150만~200만t에 달하고 2030년엔 500만t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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