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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몽땅 매물" 미 사모펀드...파운드 폭락에 헐값 매각 우려

[파이낸셜뉴스]
"영국, 몽땅 매물" 미 사모펀드...파운드 폭락에 헐값 매각 우려
리즈 트러스(왼쪽) 영국 총리가 12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를 나서고 있다. 트러스 총리의 대책 없는 감세안으로 파운드화가 폭락하면서 영국 자산들이 헐 값에 외국 투자자들의 손에 넘어갈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뉴스1

영국 정부의 감세안에 따른 파운드 폭락으로 "영국의 모든 자산이 매물이 됐다"고 미국 사모펀드 애리스(Ares)매니지먼트가 12일(이하 현지시간)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모펀드 공룡인 애리스의 블레어 제이콥슨 유럽 채권부문 공동대표가 영국 파운드 약세로 미 투자자들이 영국 자산에 군침을 흘릴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제이콥슨은 이날 런던에서 열린 FT가 주최한 한 컨퍼런스에서 올들어 미 달러 가치가 폭등하는 반면 파운드는 폭락하고 있어 미 사모펀드들이 영국 자산에 급속히 끌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자신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아부다비, 두바이 등에 있었다면서 "그들은 현금이 풍부하다. 꽤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라며 아랍 오일머니도 영국 자산에 눈독을 들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운드, 40여년만에 최저
미 달러 대비 영국 파운드 가치는 최근 수주일에 걸쳐 폭락해 1980년대 이후 40여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크와시 콰틍 재무장관이 9월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재정조달 계획이 없는 대규모 감세를 들고나온데 따른 것이다.

콰틍 장관은 이후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져들자 감세안을 철회했지만 리즈 트러스 총리가 엇박자를 내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트러스 총리는 감세를 강행하겠다고 다짐했고, 12일에는 의회 연설에서 재정지출 역시 지속하겠다고 밝혀 재정 조달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중시켰다.

영국 자산 먹어 치우는 미 사모펀드
미 사모퍼드들은 지난 수년간 영국 자산을 먹어 치우고 있다.

지난해 클레이턴·두블리어앤드라이스가 슈퍼마켓 체인 Wm모리슨을 사들였다. 영국 증권사 G4S는 미 사모펀드 워버그핀커스와 캐나다 퀘벡주 연기금의 자금을 동원한 북미 경쟁사 앨라이드유니버설에 먹혔다.

또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블랙록은 지난해 테마파크 헤이븐을 운영하는 본레저를 인수했다.

올들어 경기침체 전망이 고조되고, 금리가 치솟으면서 인수합병(M&A)이 주춤하고 있지만 최근 영국 정부의 헛발질로 파운드가 폭락하면서 외국 자본이 다시 입질을 하고 있다.

제이콥슨은 영국 상장사들을 인수하려는 사모펀드들의 시도가 증가할 것이라면서 "(인수 뒤) 상장을 폐지하는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사모펀드가 이 흐름의 최대 수혜자라고 강조했다.

한편 제이콥슨은 그동안 사모펀드 최대 자금줄은 연기금이었지만 이들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대규모 자금을 동원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그 빈 자리를 중동 오일머니가 메꿀 것이라고 전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