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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공무원 피살되자 文정부 관련 자료 106건 서둘러 삭제했다"

"서해공무원 피살되자 文정부 관련 자료 106건 서둘러 삭제했다"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파이낸셜뉴스]
감사원은 13일 2020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결과 문재인 정부 당시 핵심 안보라인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왜곡한 것으로 판단하고 관련자들을 직무유기,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지난 57일 동안 감사를 벌인 결과 당시 5개 기관에 소속된 총 20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지난 정부 고위급 인사들이 대거 수사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와 해경 관계자도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감사원은 지난 2020년9월 22일 해수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사실이 파악된 이후에도 위기관리 관련 매뉴얼에 따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국가안보실의 국가위기관리 컨트롤타워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고, 국방부·통일부·해경은 매뉴얼에 따른 위기 대응 조치·구조 활동을 하지 않았으며, 그사이 이씨가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고 본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방부 합참이 이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사실을 인지한 시점은 9월22일 오후 4시40분쯤. 안보실은 30분 뒤 이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을 국방부로부터 전달받고도 대북통지 주관 부처인 통일부는 제외한 채 해경 등에만 상황을 전파했고, 대응방향 결정을 위한 '최초 상황평가회의'도 하지 않았다. 안보실은 또한 상황이 종료되지 않았는데도 안보실장 등 주요 간부들이 오후 7시30분쯤 퇴근했다.

국방부는 "통일부 소관으로 군에서 대응할 게 없다"며 내부 회의를 마쳤고, 통일부는 국정원에서 추가 상황 파악이 어렵다는 연락을 받고 상황을 종료했다.

이들 기관은 이씨가 참변을 당한 뒤에도 사건을 은폐하기에 급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안보실은 22일 밤 10시께 이씨 피살 사실을 확인했으나 이튿날 새벽 1시 관계 장관회의 때 보안 유지를 당부하고 대통령 보고에서 이 같은 사실을 제외했다.

이 과정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은 그날 새벽 이미 퇴근한 담당 직원을 사무실로 불러 밈스(MIMS·군사정보체계)에 탑재된 군 첩보 관련 보고서 60건을 지우도록 했다. 국정원 역시 첩보 보고서 등 46건의 자료를 무단 삭제했다.
해경은 보안이 해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씨가 피살된 사실을 전달받고도 계속해서 실종자에 대한 수색·구조 작업을 벌였다.

감사원은 2020년 9월 27일 관계장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방부의 시신 소각 발표가 너무 단정적’이라며 시신 소각과 관련해 국방부 장관에 재분석하라고 지시한 후, ‘소각 추정’으로 정부 발표가 바뀌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9월 22일 당시, 실종 이후 약 38시간이 지나 구조 조치가 시급한 상태였는데도 안보실장 등 주요 간부들이 오후 7시 30분쯤 퇴근하는 등 ‘국가위기관리 컨트롤 타워’가 미작동했다”고 지적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