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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 그림 부술까요?" 역사 희화화 영 TV 프로그램 뭇매

[파이낸셜뉴스]
"히틀러 그림 부술까요?" 역사 희화화 영 TV 프로그램 뭇매
영국 상업방송사가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희화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방송하겠다고 밝혀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홀로코스트 추모비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

영국의 한 TV 방송사가 2차 세계대전 원흉인 독일 아돌프 히틀러를 비롯해 '문제 있는'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구매해 방청객들의 의견을 물은 뒤 스튜디오에서 작품을 부수는 프로그램을 계획해 뭇매를 맞고 있다.

CNN은 14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언론 보도를 인용해 영국 방송사 채널4가 이 프로그램을 위해 파블로 피카소, 아동성폭행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롤프 해리스, 성추행 이력이 있는 에릭 길 등의 작품을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프로그램 진행자인 지미 카가 프로그램에서 방청객들 사이에 문제 있는 작가들의 미술 작품을 부술지 여부에 대한 논쟁을 진행하고 미술품 파괴 여부를 표결로 결정하게 된다.

문제 있는 작가와 미술품은 별개인지, 이 작품을 부술지 여부를 방청객들의 투표로 정하는 것이다.

'부순다'는 결론이 나면 진행자 카가 작품을 파괴하는 형식이다.

무엇보다 논란이 되는 것은 히틀러 그림이다.

채널4 측은 CNN에 히틀러 그림을 부수기로 방청객들이 결정하면 그의 그림은 조각조각 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그림들은 불로 태울 수도 있다고 채널4 측은 덧붙였다.

CNN은 그러나 오는 24일 첫 방송을 앞 둔 "지미 카가 미술품들을 부순다"는 제목의 이 방송 프로그램이 심각한 반발을 부르고 있다고 전했다.

논란의 중심에는 히틀러와 나치즘이 있다.

'홀로코스트 추모일 재단'은 이 프로그램이 "히틀러를 오락거리의 하나로 만들어 버린다"고 비판했다.

재단 최고경영자(CEO)인 올리비아 막스-월드먼은 "히틀러나 유태인 600만명 학살은 결코 오락거리나 웃음거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형식의 방송은 매우 부적절하며, 특히 지금처럼 홀로코스트에 대한 왜곡이 확산되고 위험한 폄하가 이뤄지는 때에는 더 그렇다"고 밝혔다.

채널4는 정부 소유 방송사이지만 40년전 상업방송으로 출발했다. BBC, ITV 등 두 채널의 대안으로 시청자들에게 각인돼 있다.

이번 프로그램 진행자로 정해진 카에 대한 논란도 많다.

그는 올해 2월 넷플릭스 코미디쇼에서 집시, 로마인 등 유랑민족이 홀로코스트에서 학살당한 사실을 희화화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로마인은 인도아리아계 민족으로 집시처럼 방랑생활을 하는 민족이다.

홀로코스트 추모일 재단의 막스-월드먼은 "지미 카가 나치 치하에서 로마인들과 집시들이 살해된 것을 웃음의 소재로 삼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를 이 에피소드의 전면에 배치한 것은 고의적으로 도발하고, 화제를 불러일으키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