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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대만에서 소셜미디어(SNS)와 영상통화 앱을 이용한 '대만판 n번방' 사건이 발생했다고 자유시보와 중국시보 등 대만언론이 14일 보도했다. 용의자는 한국 'n번방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고 범죄 수법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대만 남부 타이난 지방검찰청은 전날 광고회사에서 동영상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41세 남성 장모씨를 '아동·청소년 성 착취 방지법률' 등을 위반한 혐의로 구속했다.
타이난 경찰국에 따르면 장씨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5년 간 여성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음성변조기를 이용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아자르 앱 등을 이용해 피해자들과 접촉했다.
장씨는 위조 사진과 명함을 이용해 자신을 여성 매니저 또는 여성 작가로 소개하면서 피해자들을 안심시켰다.
이어 지인인 여성이 운영하는 매니지먼트 업체가 모델을 찾는다는 거짓말에 호감을 보인 피해자들에게 사전 화상 면접을 핑계로 옷을 벗도록 하고 몰래 영상을 촬영했다.
이후 피해자들에게 다시 연락해 나체 사진과 영상 등을 보내고 인터넷에 공개하거나 학교, 직장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불법촬영물을 빌미로 피해자들에게 자신의 지시대로 추가 나체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경찰은 20대 피해자 5명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해 지난 8월 그를 체포하고 컴퓨터 1대와 휴대전화 2대, 1TB(테라바이트) 용량 외장 하드 등을 압수했다.
경찰은 1차 조사 결과 10세부터 70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피해자 500여 명의 사진을 발견했다면서 피해 신고를 당부했다.
대만언론은 장씨가 한국의 'n번방 사건' 관련 다큐멘터리 등을 시청하고 검색했으며 사기 수법 등을 기록한 노트도 발견됐다고 전했다. 장씨는 경찰의 추적을 피하고자 공공 와이파이를 이용하고 소셜미디어 계정을 주기적으로 변경하는 등의 치밀함을 보였다.
장씨는 그가 세들어 살던 집주인의 신고로 경찰에 체포됐다.
집주인은 경찰에 "장씨 방에서 '싫다'는 여성의 절규와 '치마를 더 올려라' '엉덩이를 더 보여줘라'라는 장씨의 목소리가 들렸다"고 진술했다.
앞서 대만 고등법원은 지난해 12월 미성년자 80여 명을 협박해 나체사진을 요구한 대만국립대학교 20대 의대 예비 대학원생 린허쥔에게 1심(징역 3년 4개월)을 파기하고 징역 106년형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린허쥔이 2014년 5월부터 3년 2개월에 걸쳐 초등학생 등 피해자들을 협박, 나체사진이나 외설적인 사진 촬영을 요구해 신체적·정신적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며 중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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