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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현금 늘려라"… 건전성 선제관리 나섰다

유동성 위기 대비 대손충당금 확대
5대은행 평균 적립률 189% 달해
기업은행, 1300억 부실채권 매각
신종자본증권 발행나선 금융사도
DGB금융 "최대 1500억 조달"

은행들 "현금 늘려라"… 건전성 선제관리 나섰다
기준금리 연속 인상으로 예금(수신) 금리가 오르면서 9월 은행권 정기예금이 역대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붙은 정기예탁금 안내 현수막. 연합뉴스
은행들 "현금 늘려라"… 건전성 선제관리 나섰다
장기화하는 3고(고환율·고물가·고금리) 현상에 발맞춰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건전성 관리에 나섰다. 우선적으로 현금성 자산이 부족해지는 유동성 위기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계속해서 늘리는 모양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평균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89.448%로 집계됐다. 대손충당금이란 은행이 대출채권이 회수되지 못할 가능성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금액이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을 지난해 말부터 대상으로 대출 자산의 부실에 대한 손실흡수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더 쌓으라고 주문해왔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시작된 300조원 규모의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만기 연장 원금 및 유예 이자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부실채권(NPL)을 매각해 건전성 관리에 나선 곳도 있다.

IBK기업은행은 올해 4·4분기 부실채권(NPL) 외부 매각을 위한 주관사 선정 작업에 돌입했다. NPL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대출로 NPL 비율은 금융기관의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로 활용된다. IBK기업은행의 지난 6월 말 NPL 비율은 0.80%로 나타났다. 5대 은행 평균 NPL 0.265%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기업은행은 1·4분기 1687억원, 2·4분기 2478억원, 3·4분기 1512억원을 매각했다. 4·4분기 들어서는 1300억원 규모에 달하는 부실채권이 매각 진행 중이다. 기업은행은 오는 4·4분기까지 1000억원을 추가로 매각할 예정이다. 기업은행의 경우 기업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그 중에서도 저신용 중소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자산건전성 관리에 대한 압박이 크다.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조달에 나선 곳들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회사의 BIS자기자본지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발행되며 선순위채·후순위채보다 변제 순위가 더 후순위여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발행된다. 금융지주사와 은행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은 안정성이 뛰어나 투자 인기가 높은 상품으로 인식된다.

이날 DGB금융그룹은 다음 주로 수요 예측을 거쳐 신종자본증권을 최대 1500억원까지 조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DGB금융그룹은 2021년 두 차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바 있다. 2021년 2월에는 ESG 채권 형태로 1000억원 모집에 총 3660억원의 수요가 몰렸다. 9월에는 1000억원 모집에 총 1450억원의 수요를 끌어냈다.

신한은행도 3100억원 규모의 원화 신종자본증권(조건부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이번 신종자본증권은 5년 후 중도 상환이 가능한 영구채로 금리는 5.70%(고정)이다. 신한은행은 최초 증권신고서 신고 금액인 2100억원 규모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투자 수요가 몰려 최종 발행 금액을 3100억원으로 증액했다.

국내은행이 선제적으로 자본건전성 관리에 나서며 현재까지 자본적정성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보통주자본비율, 기본자본비율, 총자본비율 및 단순기본자본비율은 각각 12.70%, 13.94%, 15.29% 및 6.25%를 기록했다. 국내은행의 자본비율은 전분기말 대비 하락했으나 모든 국내은행이 규제비율을 상회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리 급등, 환율 상승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돼 예상치 못한 손실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의 자본비율 관리 강화를 지도하고 자본비율이 취약한 은행에 대해 필요시 증자 등 자본 확충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