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핵심 디지털 인프라 국가가 관리해야

재해 발생 복구 체계 허술
관련 법안 국회 통과 필요

[fn사설] 핵심 디지털 인프라 국가가 관리해야
데이터 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장애가 발생하면서 지난 16일 오후 경기 과천의 한 카카오T 주차 사전 무인정산기에 시스템 장애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연합뉴스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를 계기로 데이터 관리를 민간기업에 맡겨두지 말고 국가가 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17일 "민간기업에서 운영하는 망이지만 사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국가 기간통신망과 다름이 없는 것"이라며 국가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인터넷데이터센터 국가재난관리기본계획 포함법'(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화재 사고로 서비스가 먹통이 된 카카오가 재난 대비에 소홀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데이터센터 운영업체와 이용업체들은 지진, 화재, 테러, 전쟁 등 비상사태에 대비해 DR(Disaster Recovery·재해복구)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비상전력 확보, 해킹 방지조치, 백업과 복원 절차 등이 포함된다. 데이터센터는 국내와 해외로 분산하고 이중화해야 하며 평시에 사고 대비훈련을 해두어야 하는 것이다.

'달걀은 한 바구니에 담아두면 안 된다'는 주식 격언이 있다. 조선왕조가 실록을 전국 4곳의 사고(史庫)에 분산 보관한 것도 만일의 재난에 대비한 혜안이었다. 그러나 카카오는 데이터를 국내외에 분산시키지 않고 한곳에 몰아넣었다가 이번 사태를 당했다. 이미 크고 작은 사고를 겪고도 DR 체계 보완을 등한시하다 피해를 키운 것이다. 세계를 선도하는 디지털 강국이라고 자처하기가 부끄러운 지경이 됐다.

국내 데이터센터는 156곳에 이르는데 일부를 제외하고는 카카오와 사정이 비슷하다. 해외 기업들은 우리와 다르다. 대부분 백업 데이터센터를 이중으로 구성하는 등 DR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구글은 1년에 두 번 재난 대비 훈련을 한다.

데이터센터에 집적된 방대한 자료들과 서버는 민간기업이 수집하고 이용하는 자료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먹통 사태가 발생할 경우 우리 사회와 경제, 나아가 국가안보에까지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인터넷 관련 시설과 데이터는 전기나 전화와 같은 공적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 관리를 민간 자율에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그래서 나온다.

데이터센터를 국가가 감독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KT 화재사고 이후인 2020년 5월 국회 법사위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을 심사한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이중 규제'라며 개정을 반대해 법안을 무산시켰다. 개정안에 반기를 든 인터넷기업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번 사태는 안전불감증이 만든 인재(人災)"라고 했는데 사실상 인재를 일으킨 주범은 국회의원들인 셈이다.


국회는 이제라도 이 법안을 다시 꺼내 찬찬히 살펴보고 반드시 통과시키기 바란다. 규제도 필요할 때는 해야 한다. 디지털 인프라의 재해 발생에 대비한 기업의 책무와 국가 관리 절차를 명료하게 규정해야 앞으로 비슷한 재난이 발생하더라도 우왕좌왕하지 않고 잘 대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