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중국이 지난해 시험발사에 성공한 극초음속 미사일 핵심 기술은 여러 경로를 통해 미국 업체들로부터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1월 12일 북한이 공개한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시험 장면. 로이터뉴스1
미국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던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이 미국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이하 현지시간)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에 활용된 핵심기술들이 미국의 기술이라고 보도했다.
WP는 공개된 계약서, 중국 정부 자료 등을 분석해 이같은 결론을 이끌어냈다.
300여 미 업체가 기술지원
보도에 따르면 2019년 이후 미 기업 300여 업체가 극초음속 미사일, 일반 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수 십개 중국 업체에 핵심 기술을 판매했다.
중국에 핵심 기술을 넘긴 업체 가운데에는 미 국방부의 지원을 받은 업체들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WP는 이들 업체가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핵심 부서인 국방연구기관과 계약을 맺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공개한 국가안보전략에서 중국을 유일한 안보 위협으로 꼽을 정도로 중국을 경계하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미국을 두렵게 만든 극초음속 미사일을 미국이 지원했음이 이번 보도로 드러났다.
게임체인저
극초음속 미사일은 음속보다 5배 빨리 비행하는 미사일로 기존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의 장점을 결합했다.
발사된 미사일은 대기권 밖으로 날아가 공기 저항 없이 빠른 속도로 장거리를 이동한 뒤 목표 지점 상공에서 여러 개로 분리돼 다수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지구 어느 곳의 목표이건 1~2시간 이내에 타격이 가능한데다 지금의 미사일 방어시스템으로는 탐지하기도 어렵고, 설령 탐지한다고 해도 빠른 속도로 인해 요격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때문에 극초음속 미사일은 '게임체인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해 미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옛 소련이 세계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렸던 1957년 우주경쟁에서 뒤처진 미국이 크게 당황해 이를 '스푸트니크 순간'이라고 지칭하며 과학기술 발전에 매진했던 것처럼 중국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하면서 미국의 대중 견제가 급속히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이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 성공을 바로 '스푸트니크 순간'에 비유한 바 있다.
미 견제 우회해 기술 확보
미국에서 핵심 기술 수출을 통제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동안 중국으로 핵심 기술이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각종 제재가 취해졌지만 중국은 이같은 제재를 우회해 미 핵심기술들을 손에 쥔 것으로 확인됐다.
WP는 50개 가까운 미 업체들이 2019년 이후 제3자를 거쳐 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중국 방산업체들에 제품과 기술을 판매한 것으로 중국 정부조달 데이터베이스, 기타 계약서류에서 확인됐다고 전했다.
미 세금으로 중 미사일 개발
미국의 세금이 결과적으로 중국 미사일 개발에 쓰인 정황도 드러났다.
기체역학 시뮬레이터를 중국에 판매한 두 업체가 미 정부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애리조나주의 조나테크놀러지, 캘리포니아주의 메타콤테크놀러지가 제3자를 끼고 재판매 형식으로 중국항공역학원(CAAA)에 기체역학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판매한 것이 확인됐다.
CAAA는 지난해 중국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 당시 미사일 디자인 설계를 담당한 곳이다.
CAAA는 미국의 기체역학 시뮬레이션 시스템 덕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풍동시험 등 실제 시험을 최소화하고, 이를 시뮬레이터를 통한 가상시험으로 대체해 엄청난 비용 감축과 개발 시간 절약을 이룬 것으로 분석됐다.
풍동시험은 바람 흐름, 기체 흐름에 따라 항공기나 미사일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를 측정하는 시험이다.
이렇게 중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서 핵심 역할을 한 시뮬레이션 기술을 제공한 조나와 메타콤은 미 국방부 기술개발 지원 업체로 선정돼 각각 3160만달러, 1390만달러 지원금을 받은 바 있다.
미 납세자들의 세금이 결국 중국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활용됐다는 뜻이라고 WP는 꼬집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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