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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규제" 동조하던 정치권, 책임논란 일자 "규제" 뒷북 [카카오 블랙아웃 후폭풍]

정부·여당, 19일 재발방지 협의회

온 국민의 일상을 혼란에 빠뜨린 카카오 먹통 대란을 계기로 정부와 정치권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대형 플랫폼 부가통신사업자를 정조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정치권에서도 부가통신사업자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면서 네이버, 카카오 등은 눈앞에 날아오는 규제의 칼날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과거 국회가 부가통신사업자를 이번 사태와 같은 재난에 대비해 규제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려 했다가 업계 반발과 여야 정치권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어 정치권도 공동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대통령실과 정부, 정치권에 따르면 카카오 서비스 장애를 계기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부가통신사업자의 의무를 규정하는 조치들을 예고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데이터센터를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하는 내용의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 정비를 이날 비상대책회의에서 발표했다. 야당에서도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주요 온라인 서비스와 데이터센터를 국가 재난관리체계에 포함하는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처럼 여야를 가리지 않고 카카오톡 먹통 사태로 인해 입법 속도전을 벌이고 있으나 이미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렸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미 지난 20대 국회에서 데이터센터의 재난관리를 강화하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돼 해당 상임위원회를 통과하고 법제사법위원회에까지 회부됐지만 결국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채 회기가 끝나 법안은 자동폐기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와 카카오 등 부가통신사업자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당시 부가통신사업자들은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규제가 해외에는 없는 과잉 규제라는 이유를 주로 들며 정치권 등을 상대로 각종 로비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현재도 네이버와 카카오 등의 부가통신사업자들은 구글, 페이스북, 메타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의 경쟁을 이유로 국내 규제가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에 카카오톡 먹통 대란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20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됐던 해당 법안이 최근 다시 발의돼 여야가 규제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일각에선 정치권이 업계의 반발과 로비 등으로 인해 20대 국회에선 과잉 규제라는 업계 논리에 동조해놓고 이제와서 먹통 대란이 벌어지자 부랴부랴 독점 플랫폼에 대한 규제에 나설 것을 촉구한 것은 스스로의 책무를 방기한 것이란 지적마저 사고 있다.
또한 그동안 데이터 관리의 안전장치 마련이라는 기술적 보완조치를 소홀히 한 채 문어발식 확장과 수익 극대화에만 열을 올린 빅테크 기업들의 책임이 큰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부가통신사업자의 사회적 책무 이행 차원에서 통신3사 기간통신사업자와 같은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정부·여당은 카카오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안 마련을 위해 19일 협의회를 갖고 부가통신사업자에게도 시스템 이중화와 같은 의무를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syj@fnnews.com 서영준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