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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실종설 돌던 히잡 벗은 이란 女선수, 이란 공항서 환영인파 둘러싸여

서울 실종설 돌던 히잡 벗은 이란 女선수, 이란 공항서 환영인파 둘러싸여
[테헤란=AP/뉴시스] 이란 국영 IRNA 통신이 제공한 사진에 이란 여성 스포츠클라이머 엘나즈 레카비가 19일(현지시간) 테헤란 국제공항에서 취재진에 발언하고 있다. 2022.10.19.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사진=뉴시스화상
[파이낸셜뉴스]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서울에서 열린 스포츠클라이밍 국제대회에 출전했다가 연락이 끊기며 실종 의혹에 휩싸였던 이란의 엘나즈 레카비(33) 선수가 19일(현지시간) 환호 속에 이란에 귀국했다.

BBC방송, AP통신은 레카비가 이날 이른 시각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을 통해 이란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입국 터미널의 출입문이 열리고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기다리고 있던 수백명의 환영 인파가 "레카비는 영웅"이라고 외치고 박수를 치며 반겼다.

그는 머리를 감싼 검정 두건 위로 검은 야구 모자를 쓴 채 입국장으로 나왔고, 가족들과 포옹한 뒤 꽃다발을 전달받았다고 AP는 전했다.

레카비는 공항에서 이란 국영방송과 한 짤막한 귀국 인터뷰에서 "긴장과 스트레스가 많긴 하지만 평화로운 마음으로 이란에 돌아왔다"며 "신께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대회 출전 당시 히잡을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 "신발을 신고 장비를 챙기느라 분주해 히잡을 쓰는 것을 잊고 경기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레카비는 앞선 18일 자신의 SNS에도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히잡 문제가 불거진 것은 나의 부주의였다"면서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글을 게시한 바 있다.

테헤란 공항을 빠져나온 레카비는 승합차에 올랐고, 차량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인파를 뚫고 서서히 멀어져 갔다. 그가 이후에 어디로 갔는지는 불확실하다고 AP는 보도했다.

BBC 중동판의 세바스티언 어셔 에디터는 레카비가 대중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덕분에 그가 체포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가라앉을 수 있지만, 많은 이들이 그의 안전이 더 확실히 보장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레카비 실종 의혹을 처음 보도한 BBC 페르시아어 서비스는 히잡을 쓰지 않고 경기에 출전한 이란 여성 선수들이 과거에도 사과를 강요받은 적이 있다면서 레카비가 인스타그램에서 사용한 언어가 강압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는 게 많은 이들의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레카비는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2022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획득했다.

해외 언론은 그가 대회 마지막 날 실종됐다면서 히잡 미착용과 연관됐을 가능성을 보도했고, 최근 이란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히잡 시위'와 맞물리며 그의 행방은 국제적인 관심사가 됐었다.

그러나, 주한 이란대사관은 트위터를 통해 레카비 실종설을 '가짜뉴스'라고 강하게 부인하며 그가 다른 팀원들과 함께 이날 일찍 서울에서 이란으로 출발했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주요 도시에서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체포돼 경찰서에서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으로 촉발한 시위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인권단체 이란 휴먼 라이츠(IHR)는 시위와 관련해 최소 150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