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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푸르밀 사업 종료와 정리해고 적법성 가려야

전직원 이메일 정리해고 통보
면제 법인세 반납 회피 속셈도

[fn사설] 푸르밀 사업 종료와 정리해고 적법성 가려야
뉴스1
신격호 롯데 창업주의 20살 터울 동생이자 롯데그룹 부회장까지 지낸 신준호 회장 일가가 운영해 온 매출 1800억원 규모의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이 돌연 사업철수를 선언, 유업계에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비피더스'로 소비자에게 꽤 친숙한 업체의 사업종료가 업계 전반의 불황과 맞물려 낙농가의 피해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푸르밀이 지난 17일 사내 이메일을 통해 통보한 사업종료와 전 직원 정리해고일은 11월 30일이다. 푸르밀 노조에 따르면 정리해고 통지를 받은 임직원은 370여명이지만 500여개 대리점 직원, 배송기사 100여명, 협력업체 직원 50여명 등을 포함하면 대상자가 적지 않다. 노조는 "적자의 원인이 오너경영의 무능함에서 비롯됐지만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불법적 해고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주장한 뒤, 회사 측이 해고 회피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1978년 설립된 롯데우유를 모태로 하는 이 회사는 2009년 회사 이름을 푸르밀로 바꿨다. 2018년 신 회장의 차남 신동환 대표이사가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같은 해 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2019년 88억원, 2020년 113억원, 2021년 123억원 등 4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며 경영위기에 몰렸다. 결국 LG생활건강에 회사를 매각하려 했지만 설비 노후화가 발목을 잡아 그마저 불발됐다. 푸르밀 주식 지분의 60%는 신 전 회장, 10%는 신 대표가 소유하는 등 전체 지분의 86%를 오너 일가가 보유하고 있다.

푸르밀의 사업철수에 따라 연간 4만여t의 잉여원유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예산을 들여 사야 할 형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0년 국내에서 생산된 원유 209만t 중 수요 대비 과잉공급된 원유량은 23만t이다. 이를 처리하는 데 소요한 예산은 330억원 정도다. 푸르밀과 직접공급계약을 한 20곳 안팎의 낙농가들이 입게 될 피해도 예상된다.

문제는 '꼼수 사업종료' 의혹이다. 법인을 청산할 경우 영업손실에 따른 법인세 면제 혜택 반납을 피하기 위해 편법을 선택했다는 얘기다.
직원들만 손쉽게 정리해고하고 수백억원대의 법인세는 내지 않으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위로금 한 푼 없는 전 직원 일방해고 조치는 외환위기 당시의 악몽을 상기케 한다. 고용노동부는 푸르밀의 해고통보 절차와 과정의 적법성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