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자산운용사들 가수 음악저작권 매입 급증
-음원 보유해 소셜미디어나 영화, 광고, 비디오게임 사용료 챙길 수 있어
-베이비부머 세대 가수들은 사후 유산상속분쟁 미리 막을 수 있어
-음악저작권 과대 평가 지적도
히트곡을 포함한 특정 가수들의 노래 전체를 사들이기 위한 투자가 해마다 늘면서 음악저작권이 이제는 금융 자산처럼 취급받고 있다. 음악 스트리밍 시대에 맞춰 투자자와 음악출판사들은 미래의 높은 수익을 기대하며 가수들의 노래 저작권을 30배 더 비싼 가격에도 사들이고 있어 연예산업뿐만 아니라 자산운용의 새로운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음악 스트리밍 인기
음악저작권에 대한 투자 급증에는 음악 스트리밍의 인기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기여했다. 코로나19으로 인한 스트레스 속에 흘러간 히트곡들은 옛 향수를 자극하면서 다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노래가 각종 피트니스용 앱과 틱톡 같은 소셜미디어, 비디오게임에도 등장하면서 인기를 이어갔다. 온라인을 통해 새로운 세대의 팬들을 끌어들였다.
스포티파이나 애플뮤직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의 인기로 지난해 미국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서 최신 음악의 인기가 4% 떨어진데 비해 흘러간 노래는 19% 증가해 옛 스타들의 음악 저작권이 ‘뜨거운’ 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꾸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과 지난해까지 금리까지 낮았던 점에 투자자들은 음악 로열티에도 눈을 돌려 인수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연예전문지 '빌보드'의 편집장 출신인 빌 웨르디 미 시라큐스대 교수는 “스트리밍 관련 데이터가 늘면 늘수록 음악 저작권의 가치도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소유 유혹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의 대형 금융기업들은 히트곡의 저작권 인수를 위해 경쟁하고 있다. 사모펀드인 KKR와 블랙스톤,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핌코가 음악 로열티 수입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하거나 펀드를 직접 설립하고 있다.
월가의 금융사들 뿐만 아니라 대형 음반기업인 BMG, 소니, 워너뮤직그룹, 유니버설뮤직그룹(UMG) 등도 스타들의 노래를 적극적으로 더 사들이고 있다. 음악 저작권은 경기 침체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이 입증됐으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라이브 공연이 차질을 빚는 동안 거래가 크게 성사됐다
음악 저작권 인수 현상의 시초는 런던 증시에 상장된 투자신탁인 힙노시스(Hipgnosis)가 선구자로 알려졌다. 힙노시스는 엘튼 존 등 여러 뮤지션의 매니저 출신으로 음악 세계를 이해하고 있던 머크 머큐리아디스가 노래의 저작권을 사들이기 위해 2018년에 만든 펀드다.
음악저작권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노래가 라디오 방송을 타고 음반 또는 스트리밍으로 판매되는 것뿐만 아니라 영화나 광고, TV쇼, 뮤지컬 등에 사용되도록 허가해 꾸준히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들 적극적으로 자신의 노래 팔아
음악저작권이 담긴 카탈로그를 매각하고 있는 뮤지션들 중 자신이 직접 작곡해 부른 노래 저작권에 대한 집착이 강했던 세대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작곡가와 음악출판사들 사이에서 판권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던 것이 밥 딜런과 폴 사이먼 같은 베이비 부머 세대 가수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자신들의 노래를 적극적으로 팔고 있다. 가수들은 사후에 있을 유산 상속 분쟁을 막기 위해서도 자신의 노래 저작권을 매각하고 있다.
1941년생인 포크록의 거장으로 2016년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한 밥 딜런은 2020년 12월 자신의 노래 600곡이 포함된 카달로그를 약 3억달러(약 4290억원)에 UMG의 글로벌 음악출판 계열사 유니버설뮤직퍼블리싱그룹(UMPG)에 팔아넘겼다.
지난해 사이먼과 티나 터너가 자신의 노래를 팔았으며 KKR는 BMG와 손잡고 미국 텍사스의 록 트리오 지지탑(ZZ Top)의 저작권을 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올해 들어서는 2016년 사망한 영국 가수 데이비드 보위의 음악저작권이 지난 1월 2억5000만달러(약 3575억원)에 워너채플에 팔렸다. 여기에는 26개 기존 앨범과 사후 발매 앨범이 포함됐다.
지난 6월에는 아직 한창 활동 중인 가수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약 1억달러(약 1430억원)에 노래 200곡을 힙노시스에, 9월에는 영국의 베테랑 록 트리오 제네시스가 그동안 발매한 앨범 15장과 멤버 3명의 솔로 앨범 25장을 포함시켜 3억달러(약 4290억원)에 콩코드뮤직그룹에 팔았다.
세계음반산업 정보업체 뮤직비즈니스월드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약 50억달러(약 7조2030억원)가 넘는 노래의 주인이 바뀌었다.
엔터테인먼트 정보업체 미디아(Midia)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19년에 총 3억6800만달러였던 음악 지적재산권(IP) 거래가 2020년 19억달러, 2021년에는 53억달러(약 7조6350억원)로 증가했다.
■음악IP 거래, 전망은 엇갈려
현재 세계 경제가 물가상승(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차질,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자산 매입에 투자하기 좋은 시기는 아니지만 음악저작권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연평균 음악 스트리밍 매출이 12%씩 늘고 있으며 오는 2030년이면 세계 음악 관련 매출이 1530억달러(약 220조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전 세계 음악 스트리밍 구독자가 2020년의 4억4300만명에서 2030년에는 12억8000만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성장 여부는 미국 시장의 경우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아프리카와 중동 등 신흥시장에 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저금리로 인수가 활발했으나 올해 들어 미국을 포함해 세계에서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음악저작권 거래는 처음으로 제대로 시험대를 맞고 있다.
음악저작권 가치가 최근에는 25~30배 증가해 과대평가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경제적 불확실성과 금리 상승에 비싼 돈을 주고 인수하는 것에 신중해지고 있다.
채권운용사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 댄 아이버신은 “음악IP가 공적 금융시장의 반응을 아직 거치지 않은 부문”이라며 “앞으로 거래 규모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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