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 곡에 저작권 없던 매카트니
잭슨이 4750만弗에 사들이자 배신감
듀엣곡까지 냈던 둘 사이 틀어져
FILE PHOTO: British musician Paul McCartney performs during the "One on One" tour concert in Porto Alegre, Brazil October 13, 2017. REUTERS/Diego Vara/File Photo /REUTERS/뉴스1 /사진=뉴스1 외신화상
마이클잭슨 ⓒ소니뮤직 /사진=뉴시스
'팝의 황제'로 불리는 마이클 잭슨과 역대 가장 성공한 작곡가로 평가받는 비틀스 출신의 폴 매카트니는 친구였던 사이가 음악저작권으로 인해 한순간에 서로 원수가 된 대표적인 사례다.
잭슨은 지난 1981년 매카트니의 새 앨범에 들어갈 듀엣곡 녹음을 위해 영국 런던으로 날아갔다. 매카트니와 그의 부인은 자택에 머무르던 잭슨과 만찬을 마친 후 소유하고 있는 음악저작권 명단이 담긴 책자를 보여준다. 전년도에만 4000만달러를 벌었다며 "판권을 보유하는 것이 음악세계에서 돈을 가장 확실히 버는 방법"이라고 가르쳐줬다. 매카트니는 자신이 몸담았던 전설의 그룹 비틀스의 노래에 대한 저작권을 소유하지 않아 여기서 수입이 전혀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린다. 귀가 솔깃해진 잭슨은 "언젠가 내가 당신의 노래들을 소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매카트니는 농담으로 여기고 웃으며 넘어갔다.
그러나 잭슨의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1985년 잭슨은 비틀스 음악저작권을 4750만달러에 사들였으며 이에 배신감을 느낀 매카트니와의 우정은 영원히 금이 갔다.
1985년 어느날 호주 기업인 로버트 홈즈아코트는 ATV뮤직퍼블리싱이라는 기업을 매각한다고 발표한다. 이 기업이 보유한 음악저작권 약 4000곡 중에는 비틀스의 노래 250곡도 포함됐다. 매카트니는 4000만달러에 인수 제안을 받았으나 가격이 높다며 거절했다. 이때 메가급 히트 앨범 '스릴러(Thriller)'로 전성기를 보내고 있던 잭슨은 ATV뮤직이 매물로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변호사에게 아무리 비싸도 매입할 것을 지시했다. 잭슨은 변호사 수백명을 동원해 미국 의회 도서관에서 4000곡의 가치를 조사했으며 10개월간 협상을 마치고 4750만달러에 ATV를 인수하기로 합의하면서 1985년 10월 잭슨은 마침내 비틀스 음악저작권의 주인이 됐다.
비틀스의 명곡 '예스터데이(Yesterday)'를 사용하도록 허가할 때마다 사용료의 절반을 챙기게 됐다. 잭슨이 비틀스 노래 '레볼루션(Revolution)'을 스포츠 용품업체 나이키가 광고에 사용하도록 허가하자 매카트니는 곡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에 분노했지만 소유자가 아닌 그는 손을 쓸 수가 없는 처지가 됐다. 1995년 일본 소니는 잭슨에게 9500만달러를 제시하며 ATV뮤직과 합병을 제안해 잭슨이 수락하면서 소니ATV뮤직이 탄생했다. 잭슨은 비틀스 음악저작권 인수 가격으로 지불했던 액수의 약 두 배를 챙겼다.
지난 2009년 잭슨이 돌연 사망하자 비틀스 음악저작권의 향방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소니뮤직은 2016년 소니ATV로부터 7억5000만달러에 잭슨이 소유하던 비틀스 음악 카달로그를 매입했다. 1976년 제정된 미국 저작권법에 따라 작곡가는 노래 공개 56년 뒤에 저작권을 가질 수 있게 돼 매카트니는 2017년에 1962년 이전에 자신이 작곡한 32개 비틀스 곡의 주인이 됐으며 2026년에 나머지 노래를 소유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음악전문지 '빌보드'는 설명했다. 현재 비틀스 노래의 총 가치는 10억달러(약 1조4307억원)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윤재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