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마약류 범죄가 증가하는 가운데 '마약김밥' 등 마약이라는 표현을 쓰는 식품 표시·광고에 대한 규제가 추진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김밥. /사진=뉴시스화상
김밥의 유래는 불확실하나 근대 이후 출현했다는 게 중론이다. 분명한 건 남녀노소가 사랑하는 국민간편식이란 사실이다. 땡초김밥, 충무김밥 등 종류도 다양하다. 2000년대 들어 등장한 '마약김밥'이란 신조어도 이제 귀에 익었다. 실제로 마약이 들어갈 리는 만무하지만, 포털에 '마약김밥 레시피(조리법)'까지 버젓이 떠 있을 정도니….
언제부터인가 대중음식 이름 앞에 '마약'을 붙여 '중독성 있는 맛'을 홍보하는 추세다. 마약떡볶이, 마약치킨, 마약족발 등은 음식점 메뉴판에서 흔히 접하는 리스트다. 이런 일명 '마약 마케팅'은 마약베개나 마약이불 등 비식품 분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 트렌드가 바람직할 순 없다. 마약이 긍정적 수사로 활용되면서 유해성에 대한 경각심을 약화시킬 수 있어서다. 그래서 지난주 한 서울시의원이 '마약류 상품명 사용 문화 개선 조례' 제정안을 발의했을 것이다.
지난달 자신의 몸에 다량의 마약을 넣고 운반하는 사람을 일컫는 보디패커가 서울의 한 주택가에서 숨졌다.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에서나 볼 법한 이런 장면은 근래 우리나라의 '마약 청정국' 지위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도다.
혹자는 철저한 마약 단속이 본질인데 홍보 차원일 뿐인 '마약 마케팅'을 규제하는 건 지나치다는 반론도 제기한다. 하지만 이는 청년층이 어릴 때부터 맛있는 음식에 붙는 마약이란 접두어에 익숙해지는 데 따른 부작용을 간과한 인상이다. 가뜩이나 최근 청소년 마약범죄율이 급증하는 상황이 아닌가. 문득 해나 아렌트가 나치의 죄상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정립한 '악의 평범성' 개념을 상기하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고 평범하게 행하는 일이 악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떠올리면서.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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