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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한파③]"관리비 내드려요"…건설사, 눈물겨운 미분양 털어내기

기사내용 요약
올 연말 추가 금리 인상 예상…분양시장 침체 장기화
8월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 3만2722가구…85.8%↑
분양가·입지 여건 등에 따라 분양 양극화 현상 뚜렷

[청약 한파③]"관리비 내드려요"…건설사, 눈물겨운 미분양 털어내기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서울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아파트단지 모습. 2022.09.07.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건설사 입장에서 이자와 관리비 등을 아낄 수 있기 때문에 미분양을 단 한 채라도 줄여야 합니다."

지난 21일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중도금 무이자와 발코니 무료 확장 혜택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야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를 넘기면 사실상 분양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 건설사 입장에서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가급적 올해 안에 미분양 물량을 최소화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건설사들이 연내 미분양 주택을 털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잇따른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강화 여파로 신규 분양시장에 꽁꽁 얼어붙으면서 건설사들은 분양가를 낮추거나 분양가 원금보장제, 이자 대납, 관리비 지원 등 특별 계약조건을 내걸고 미분양 물량을 줄이기 위해 파격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올해 연말까지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실물 경기 위축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연내 미분양 해소를 위해 앞다퉈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증가세다. 또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늘었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총 3만2722가구로, 지난해 말(1만7710가구) 대비 85.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1509가구에서 5012가구로 3배 넘게 늘었고, 지방은 2만7710가구로, 1만 가구나 증가했다.

악성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7330가구에 달했다. 서울의 준공 후 미분양은 188가구로, 한 달 새 24.5% 증가했고, 경기·인천 등 수도권은 2.5% 증가한 1042가구로 집계됐다.

청약 경쟁률도 뚝 떨어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1~8월)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10.41대 1로, 지난해 19.79대 1과 비교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1순위 경쟁률도 지난해 19.32대 1에서 올해 10.06대 1로 떨어졌다.

지난해 역대급 세 자릿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던 서울과 수도권 청약경쟁률도 하락했다. 서울은 지난해 청약경쟁률이 164.13대 1로 세 자릿수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29.84대 1로 하락했다. 경기는 같은 기간 28.65대 1에서 8.58대 1로, 인천은 20.26대 1에서 19.48대 1로 각각 떨어졌다.

이에 따라 분양가를 할인하거나 대출 이자 지원을 시행하고, 관리비까지 대신 내주는 단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강원 원주시 관설동 일대에서 분양하는 '힐스테이트 원주 레스티지'는 청약자들을 대상으로 중도금을 전액 무이자 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또 대구 서구 '힐스테이트 서대구역 센트럴'은 평형에 관계없이 중도금 60% 무이자 혜택과 2차 계약금의 대출 이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금리는 약 5%로 계산해 분기별로 나눠 계약자에게 지급할 방침이다.

또 관리비를 대신 내주는 단지도 있다. 강북구 수유동 강북종합시장 재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된 후분양 아파트 칸타빌 수유 팰리스는 입주자들의 관리비를 대신 내주기로 했다. 이 단지는 최초 분양 당시 216가구 중 90% 이상인 195가구가 미분양됐다. 해당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을 받지 않아 고분양가 논란을 빚었다. 3.3㎡당 3249만원으로, 주변 평균시세(2440만원)보다도 30%가량 비쌌다. 현재 26가구 남은 이 단지는 지난달 말 여섯 번째 무순위 청약에 나섰고, 현재 최초 분양가에서 최대 15%까지 분양가를 낮췄다.

건설업계는 연내 미분양 물량을 털지 못하면 장기 미분양을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연내 금리가 또 오르면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더욱 심화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이 더 나빠지게 돼 남은 미분양 물량을 털어야 한다”며 “분양가를 낮추거나 다른 혜택을 통해서 미분양을 해소하고 자금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분양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잇단 금리 인상으로 금융 부담이 커지면서 주택 매수세가 위축됐고, 이에 따라 분양시장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며 "서울과 수도권 지역이라도 분양가와 입지 여건 등에 따라 분양 성적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주택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분양시장에선 옥석가리기가 더욱 뚜렷해지고,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며 "나홀로 단지나 상대적으로 입지 여건 등이 좋지 않은 아파트 단지에서 미분양과 무순위 청약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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