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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후진타오의 퇴장

[fn스트리트] 후진타오의 퇴장
지난 22일 당대회 도중 반강제로 퇴장하던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후진타오 주석의 등에 손을 댄 채 말을 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폐막식 도중 후진타오 전 주석(80)이 퇴장당하는 동영상이 일파만파의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공교롭게도 후 전 주석의 공청당 일원인 리커창 총리, 왕양 정협 주석이 최고 수뇌부 인선에서 탈락한 직후였다.

전임 최고 지도자가 당 대회 진행 도중 경호원으로 보이는 두 명의 남성에게 팔을 잡힌 채 불명예스럽게 나간 이유에 대해 해석이 구구하다. 먼저 공청단의 몰락을 세상에 공개적으로 알리려는 시 주석의 연출 가능성이 꼽힌다. '1인 천하'의 완성을 기정사실화했다는 것이다. 다음으론 불만을 품은 후 전 주석의 돌발적 항의소동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의 설명대로 건강이상설도 무시할 순 없으나 중국 매체와 소셜미디어에서 해당 영상이 완전히 삭제된 점 등으로 미뤄 신빙성이 떨어진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건은 상징으로 가득 찬 순간이었다"라고 평가했다. 헨리 가오 싱가포르대 교수는 "중국에서 이 같은 회의가 얼마나 철저한 예행연습을 거쳐 준비되는지를 고려할 때 당국이 모두 보는 앞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놔뒀다는 점에 가장 주목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절대권력을 추구하는 시진핑의 완전 무자비함을 보여주는 이미지"라고 평가하면서 시 주석의 연출설에 힘을 실었다.

카타르 국영방송 알자지라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1분29초짜리 풀영상을 보면 후 전 주석이 반강제로 끌려나가며 실랑이를 벌이는 정황이 확연하다.
후 전 주석의 이야기를 건성으로 흘려들으면서 귀찮아하는 시 주석의 표정도 뚜렷하다. 발이 떨어지지 않는 듯 한사코 퇴장을 거부하며 시 주석의 등에 손을 댄 채 후 전 주석이 무슨 말을 했을지 궁금하다. 또 자신이 10년 전 차기 주석으로 밀었던 리 총리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또 무슨 말을 했을까. 진위가 무엇이든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권불십년(權不十年)이란 옛말대로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