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9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주 남부 키나이피오르 국립공원 엑시트 빙하와 2010년 빙하로 뒤덮인 같은 장소의 사진 비교.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구 온난화로 전 세계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면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고대 바이러스의 출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4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대학 스테판 아리스브로수 박사를 주축으로 한 연구팀이 북극 담수호 '하젠 호수'에서 빙하가 녹은 물이 다량으로 유입되는 지역은 바이러스 유출 위험이 더 높다는 점을 밝혀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빙하가 녹은 물이 유입되는 하젠호수에서 토양과 퇴적물 샘플에서 RNA와 DNA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기존에 알려진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식별해 했다. 또 이들 바이러스가 유기체를 감염시킬 가능성을 평가했다.
그 결과 다량의 빙하가 녹은 물이 유입된 곳과 가까울수록 바이러스가 새로운 숙주를 감염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만 연구팀은 식별한 바이러스 중 처음 발견한 바이러스가 얼마나 있는지, 이들이 실제로 유기체들을 감염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입증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수개월 내로 관련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빙하 유실로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바이러스의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최신 연구였다고 가디언은 강조했다.
빙하와 만년설에서 고대 바이러스가 발견되는 일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7월 티베트 고원의 해발 6500m의 얼음 샘플에서는 1만 5000년 전 바이러스가 발견되기도 했다. 얼음에서 33개의 바이러스가 식별됐지만 이 중 28개는 인류가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것이었다. 발견된 바이러스의 절반은 얼음이 얼어붙는 환경에서도 살아있던 것으로 추측됐다.
인류를 휩쓸었던 전염병이 사체가 녹으면서 다시 전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2016년 시베리아의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서 탄저병에 걸렸던 순록의 사체에서 탄저균이 퍼져 다수의 감염자가 발생한 바 있다.
바이러스의 경우 최장 10만년까지 빙하 속에서 버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사이 빙하가 녹게 되면 활동을 재개한다.
2014년에는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 3만년 된 바이러스가 발견되기도 했다.
'몰리바이러스 시베리쿰'이라는 이름의 이 바이러스는 0.6미크론으로 크고 유전자도 500개나 된다.
이를 발견한 제인 미셀 클래버리는 당시 BBC와의 인터뷰에서 "얼음층을 노출 시키는 것은 '재앙의 처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학자들은 수만년간 잠들어 있던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다시 활동을 재개할 경우 현대과학으로 해결할 수 없는 전염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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