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단독]가상자산 입법 공백에…범법자로 내몰리는 코인 투자자들

[단독]가상자산 입법 공백에…범법자로 내몰리는 코인 투자자들
지난 9월 27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설치된 전광판으로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암호화폐)의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가상자산 관련 입법 공백에 해외 시장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범법자'로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후속 입법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현행 규정에 '가상자산'이란 외환거래 송금 사유가 없어, 가상자산 거래를 목적으로 해외에 송금하는 게 '불법'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 등 당국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불법 투자를 사전에 막고 투자 활성화를 위해 금융당국과 국회에서 가상자산 업권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가상자산 구매’ 송금 분류 코드 없어 불법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 및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은행들은 고객들이 '가상자산 구매나 투자를 위해 외환 거래를 하고 싶다'고 해도, 그 사유를 입력할 수 없다. 금감원은 "현재 규정에는 가상자산 등이 포함돼 있는 사유코드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외환 거래를 할 때 고객들에게 거래 목적을 묻고, 사유코드 중 하나를 입력하게 돼 있다. 그런데 법적으로 '가상자산'이란 개념이 없기 때문에 은행에도 관련 사유코드가 없는 것이다. 해외계좌에 돈을 보내 투자를 하려는 투자자들은 구조적으로 불법에 내몰리게 되는 셈이다. 한국은행 외환전산망에도 외국환은행이 가상자산, 코인 등 구매를 목적으로 외환송금을 보고한 사례는 없었다. 실제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보고도 안 되고 있었던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금융당국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이상 외환거래 검사에서 밝힌 것과 같이 수입 무역대금 등을 가장해 송금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관련 거래라는 이유로 은행에서 지급이 거절된 내용의 민원은 2018년 이후 8건에 달했다. 금감원 민원시스템에 접수된 건수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 투자자들의 민원이나 불편은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민원이 접수됐음에도, 금융당국에서는 관련 통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금감원은 "가상자산 구매 목적의 외국환거래 거부는 은행의 일선 창구에서 구두로 이뤄진다"라며 "관련 통계를 기록하지 않아 건수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단독]가상자산 입법 공백에…범법자로 내몰리는 코인 투자자들
윤창현 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6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가상자산시장 공정성 회복과 투자자보호’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뉴스1
신외환법 제정 추진, 입법 시기는 불투명

가상자산 관련 외국환거래법 규율에 대해 한국은행은 "가상자산의 성격, 실체가 법적으로 불명확한 상태이므로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칭) 입법추이, 글로벌 규제방향을 보면서 가상자산 규율 방안을 협의해 신(新)외환법에 반영할 예정"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금감원에선 "가상자산 구매 목적 외국환거래법 위반 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해 국내은행 의견을 수렴하고 기재부 등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통해 투자자 보호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기재부는 외환거래 신고제 개편 및 가상자산 규율방안을 골자로 하는 신외환법 제정을 추진 중이지만 입법 시기는 불투명하다.

박재호 의원은 "현행법상 자금세탁방지를 목적으로 한 특정금융정보법 이외 가상자산에 대한 정의부터 제대로된 규제가 없다"라며 "정부는 가상자산 업권법 제정에 적극적으로 임해서 시장 안정과 투자자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