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예산 '건전재정·약자복지·미래준비'
건전재정으로 국내외 경제위기 대응
文정권 과오 강조하면서 野와 마찰 예고
협치 카드 없어 고심
일각에선 여야정 협의체 필요 강조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텅 빈 야당 의원석을 지나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강조한 건 △건전재정 예산 △약자복지 예산 △미래준비 예산으로 요약된다.
새 정부 출범 뒤 '건전재정'으로 전환시켜 글로벌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완화시켜, 투자 유치 여건 조성과 미래세대 부담 완화를 도모할 예산안을 편성했다는 것이다.
다만 윤 대통령이 건전재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임 문재인 정권에서 추진했던 사업 예산을 삭감한데 이어 전임 정권의 방만한 재정 운용을 지적하며 재정건전화를 성과로 내세운터라,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이날 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는 압도적 의석의 민주당이 보이콧을 하면서 향후 치열한 여야 대치를 예고했다. 예산안 수정을 공식화한 민주당과의 신경전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대통령실과 여당으로선 '협치 카드'가 절실하지만 대립각은 좀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재정건전성 강조한 대통령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위기 상황에서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야당 설득에 앞서 당위성을 피력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의 보이콧 속에 가진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부가 치열한 고민 끝에 내놓은 예산안은 국회와 함께 머리를 맞댈 때 완성될 것"이라며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시기에 국회에서 법정기한 내 예산안을 확정해달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639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이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축소 편성됐다는 것 자체가 위기 국면을 건전재정으로 타개하겠다는 의지임을 대통령실은 강조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서울 용산 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한국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하에서 안정적인 금융시장을 관리를 해나가겠다는 그런 의지를 대통령이 강하게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건전재정 기조 유지로 글로벌 시장에 한국에 대한 안정적인 투자 심리를 갖게 하고, 위기가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우수한 대외신인도를 유지하기 위해선 거시정책 기조가 일관되게 추진되고, 지속 가능한 재정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윤석열 정부는 최우선 과제로 재정건전성을 선택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의 국제신용등급 평가에서도 재정건전성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기에, 새 정부는 1000조원 넘어선 나라빚 부터 조정하는 것을 중점과제로 추진했다는 분석이다.
최상목 수석은 "재정 건전화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활용해 기존 중위소득을 역대 최대 폭으로 인상을 하는 등 기초생활보장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건전재정 전환 과정에서 한국판 뉴딜 사업이 대폭 축소됐다는 야당의 지적과 관련, 최 수석은 " 코로나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증액했던 그런 예산들은 좀 줄여나갔다"며 "정책 금융 관련된 부분들은 효율화 측면에서 줄였고, 산업중소기업 에너지 부분과 SOC(사회간접자본) 부분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2023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 참석을 앞두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협치카드 절실하지만..암울
이재명 민주당 대표 측근에 대한 검찰의 수사 등으로 여야간 대치가 첨예해지면서 윤석열 정부의 예산안 처리도 녹록지 않아보인다.
국민의힘에선 639조원 규모의 예산안이 건전재정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정부 예산안 처리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건전재정'과 '약자복지'를 내세운 정부 예산안이 현재 민생위기 극복에 맞지 않다며, 예산안 수정을 벼르고 있다.
이에 최상목 경제수석은 "재정 정책이 하나의 축이 되는 거시정책이기 때문에 이런 위기 상황에서 같이 여야가 따로 있을 순 없지 않겠나"라면서 "그런 부분들을 강조하고 설명을 드리면 그래도 이해가 되시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바람과 달리 여야간 대치는 심각하다.
국민의힘은 "헌정 사상 최초로 민주당이 (시정연설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아주 나쁜 선례"라며 비판에 나섰고, 민주당은 "민생 경제를 챙겨야 할 정당이 민생경제를 놔두고 야당에 대한 정치보복에 몰두해 있다"며 반발에 나섰다.
예산안 내용을 두고도 여야의 평가가 극명하게 갈렸다. 국민의힘은 이번 예산안에 대해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해 재정수지는 개선되고 건전재정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국민 입장에서 무성의한 예산"이라며 예산안 수정을 시사했다. 아울러 이번 시정연설에 재생에너지 관련 내용이 없었다는 점, 대통령실 예산이 878억원에 달한다는 점도 민주당에서 지적한 부분이다.
민주당은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이 부자 감세를 하는 동시에 일부 민생 예산을 삭감했다고 판단, 거대 야당으로서 예산안 수정을 이루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날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대립 국면에서 정부·여당이 야당에게 제안할 협치 카드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예산안이나 정부 추진 입법안 등의 통과를 해야 한다면 예산안 통과 전인 11월 말쯤 영수회담을 할 수도 있다"며 "영수회담이 이뤄져야 여야정 협의체나 여야 중진의원 협의체 등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김나경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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