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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유지 매각 92%가 '수의계약'… 최대 23% 싸게 팔렸다 [헐값에 팔려나가는 국유재산]

국유재산법 시행령 예외규정 많아
경쟁 없이 민간보다 싸게 처분
5년간 16조+α 매각 나선 尹정부
시장원리 적용 등 새 관리체계 필요

국유지 매각 92%가 '수의계약'… 최대 23% 싸게 팔렸다 [헐값에 팔려나가는 국유재산]
윤석열 정부가 국가 보유 국유재산 중 유휴·저활용 재산을 5년간 16조원+α로 매각하는 가운데 국유재산은 최대 23% 헐값에 팔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국유지 매각 수의계약 비중은 2013년 75%에서 2018년 92%까지 높아져 수의계약 허용 규정 등 제도적 합리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유지 토지개발 사업지는 교정시설, 군부지 등이 주류를 이룬다.

■국유재산 민간 대비 23% 싸게 팔려

25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07~2018년 국유지 매각을 분석한 결과 국유재산은 최대 23% 헐값에 팔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국유지 매각의 대부분이 경쟁이 없는 수의계약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결산 기준 국유재산 중 토지·건물 규모는 701조원이다. 이 중 94%(660조원)가 행정재산, 6%(41조원)가 일반재산이다.

KDI가 2007~2018년 국유지 매각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유지 단위면적당 가격은 민간 대비 약 18~23% 낮았다. 2018~2021년 중 국유부동산 매각의 97%가 수의계약으로 체결돼 국유재산법에 명시된 지나치게 많은 매각 예외규정들에 대해 제도적 재정립이 필요하다.

오지윤 KDI 부동산연구팀장은 "국유지 단위면적당 매각가격이 민간 거래보다 낮은 것은 수의계약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이라며 "법적으로 매각의 예외규정을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국유지 매각 수의계약 비중은 2013년 75%에서 2018년 92%까지 높아졌다. 또 국유부동산의 수의계약 비중은 2018~2021년 연평균 97%에 다다를 만큼 높은 수준이다.

수의계약 비중이 높은 것은 국유재산법 시행령상 예외규정 적용대상이 많기 때문이다. 국유재산 매각은 경쟁계약이 기본 원칙이지만 법 시행령에서 수의계약 사유를 인정하거나 개별법에 의해 수의계약으로 매각되고 있다. 경쟁입찰이 성립하기 어렵거나 공공부문에 매각하는 경우 개별 법률 적용대상자 등이 수의계약 대상자다.

감사원 국유재산 매각 등 처분제도 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수의계약 중 다수가 국유지 점유자 또는 인접지 소유자의 매도 청구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2017년 일반회계 국유재산의 수의계약 매각사유별 비중은 국유지 점유자(21%), 농지 경작자(19%), 인접지 소유자(18%), 개별 법률(18%), 기타 사유(10%), 주택용지(8%), 지방자치단체(5%)로 구성됐다. 이와 관련, 국유재산법 시행령 외에도 국유재산의 수의매각 허용사유를 별도로 인정하는 법률이 31개에 달해 수의계약 적용대상에 대한 합리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됐다.

■"국유부동산 사용 시장원리 도입을"

국유재산 중 국유지는 신규 매입, 국세 물납 등으로 2017~2021년 연평균 83㎢가 추가됐다. 일반재산 중 일반회계 국유지는 같은 기간 연평균 약 5㎢가 매각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19년 37.6%에서 2021년 46.9%로 상승해 재정건전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향후 재정 여력 감소로 국유재산의 효율적 관리가 요구돼 국유부동산에 대한 효율적 사용과 중장기 관리체계를 고민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오지윤 KDI 부동산연구팀장은 "국가 성장동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사회복지 요구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고령화로 미래 재정부담은 높아질 전망"이라며 "국유부동산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청사 등 국공유 부동산 사용에 시장원리를 도입하는 등의 전환도 고려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영국에서는 행정부처의 국유부동산 사용 시 임대료를 지불해 기회비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관리체계를 변경했다. 영국은 GDP 대비 정부 부채가 2007년 50%→2017년 117%로 급증하면서 시장원리에 충실한 국유재산 관리체제를 수립했다. 독일은 통일에 따른 토지 관리·처분의 필요성으로 시장원리에 의한 관리체계로 전환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