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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첫 인도계 英 총리

[fn스트리트] 첫 인도계 英 총리
영국의 새 총리가 된 리시 수낵(42)이 24일(현지시간) 런던의 보수당 선거운동본부를 나서며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뉴시스
프랑스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투에서 영국과 동맹국에 패해 한 시대를 마감했던 때가 1815년이다. 전쟁 직후 빈 회의에서 유럽의 국경은 새로 그려진다. 19세기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초석이 마련된 것이 이때다. 당시 회의를 이끌었던 영국 총리가 로버트 젱킨슨(1812~1827 재임)이다.

영국 내부적으로는 급진 사상으로 혼돈의 정국이었다. 경제는 만성실업, 거듭된 수확실패로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었다. 젱킨슨은 과감하게 법을 뜯어고치며 이를 수습했다. '잊을 수 없는 개혁파 리더'였다는 게 역사의 평가다.

젱킨슨이 총리에 오른 나이는 42세다. 40대 영국 총리는 그 후로 무려 180여년이 흐른 뒤 배출된다. 1997년 토니 블레어가 바통을 이었다. 당시 나이 44세. 다시 이를 뒤집은 건 데이비드 캐머런이다. 2010년 13년 만에 노동당을 꺾고 총리가 됐을 때 캐머런은 43세였다. 지난 9월 취임했던 리즈 트러스는 47세다. 하지만 트러스는 감세정책 대실패로 세계 시장을 대혼란에 빠트리면서 44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25일(현지시간) 영국의 새 리더가 된 리시 수낵은 젱킨슨 이후 최연소이자 인도계 첫 총리로 주목을 받고 있다. 수낵의 나이도 젱킨슨과 같은 42세다. 그 앞에 놓인 경제사정도 젱킨슨 때와 비슷하다. 막대한 부채, 기록적인 인플레, 장기침체, 구조적 위기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 오롯이 그의 몫이 됐다.

수낵은 인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옥스퍼드대 출신으로 상류 엘리트 코스를 밝았다. 그의 장인은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넘는 인도 IT기업 인포시스 창업자다. 수낵 부부 재산은 7억3000만파운드(1조1900억원)에 이른다.
아내는 상속재산의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아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수낵은 명품 프라다 양복과 신발, 값비싼 펠로턴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인도계 '금수저' 총리는 전임 트러스와 다른 길을 가게 될 것인가. 영국 보수당 운명도 거기에 달려 있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