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규(왼쪽에서 세번째) 국무조정실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뭇 남성들의 부러움을 샀던 한 유명 모델이 있었다. 재벌 2세급의 재력에 준수한 외모의 노충량씨(62). 노씨가 여성들과 필로폰을 투약하고 성관계를 하다 구속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게 1990년이었다. 그는 과거를 깨끗이 씻고 현재 모델과 사업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잇따라 터진 연예인들의 마약 투약사건은 마약퇴치운동이 펼쳐진 계기가 됐다. 검찰에 마약 전담부서를 설치하는 등 마약 소탕을 통해 '마약 청정국'을 자처할 수 있게 됐다. 그러다 근래 마약류 사용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마약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 외국 마약범들에게 신흥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한다. 또 추적이 어려운 '다크웹' 등을 통한 은밀한 거래도 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일반인 사이에서 성범죄나 데이트 강간의 수단으로 마약이 널리 번지고 있는 점이다. 여성의 술잔에 필로폰을 몰래 넣는 것을 '퐁당' '몰래뽕'이라고 부른단다. '아이스'는 필로폰 가루, '크리스털'은 질 좋은 필로폰을 말한다. '똥술' '반짝이'는 가짜 마약을 지칭하는 은어다.
성범죄에 쓰이는 가장 악랄한 마약은 이른바 '물뽕'으로 불리는 신종 마약 GHB다. 무색, 무취, 무미의 용액으로 먹는 순간 기억을 잃게 만든다. 하루가 지나면 몸에서 배출돼 검출되지 않는다. 그 때문에 범죄 피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1874년 러시아 화학자가 발견했고, 마취제로 쓰였다. 2001년에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뒤늦게 지정됐고, 2018년 버닝썬 사건을 통해 알려졌다.
물뽕이 급속도로 번지자 이를 잡아내기 위한 진단시약도 나왔다. 체외진단의료기기 업체 필메디가 성균관대와 공동개발한 진단키트는 손가락에 액체를 찍어 50원짜리 동전 크기의 스티커에 문지르면 확인된다.
물뽕이 들어 있으면 노란색 스티커의 절반이 연두색으로 바뀐다. 그전에 마약 단속을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26일 당정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는데 늦어도 너무 늦은 감이 있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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