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대법 "'성명불상자' 무고죄 성립 안해" 파기환송

대법 "'성명불상자' 무고죄 성립 안해" 파기환송
[연합뉴스TV 제공]

[파이낸셜뉴스] 이름이 특정되지 않은 '성명불상자'를 처벌해달라고 허위 고소장을 접수했더라도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고, 이후 무고의 상대방이 특정되더라도 공소장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무고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사업을 하는 아버지가 자신의 명의 계좌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계좌와 연결된 통장을 재발급 받아 2018년 1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1865만원을 몰래 인출한 뒤 유흥비 등으로 사용했다. A씨는 아버지 의심을 피하기 위해 2019년 2월 경찰서를 찾아 '은행 계좌에서 나도 모르게 출금이 이뤄지고 있다'는 허위 고소하면서 부친 회사 관리부장에게 의심이 가는 진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의 이같은 행위가 무고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기소했다.

1심과 2심은 A씨의 무고 혐의를 인정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A씨가 비록 고소장에 피고소인을 쓰지 않았지만, 적어도 타인이 형사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는 미필적 인식이 있었다고 볼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특정되지 않은 '성명불상자'를 상대로 한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공무원에게 무익한 수고를 끼칠 뿐 심판을 그르치게 할 염려가 없고, 무고된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다.

A씨가 무고한 이는 '성명불상자'이나, 2심이 무고 피해자를 사실상 관리부장 등으로 특정한 것에 대해서도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공소사실에 기재되지 않은 새로운 사실을 인정하려면 공소장 변경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공소장 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고 유죄로 인정한 것은 피고인이 방어권을 행사하는 데 불이익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조치에는 공소장 변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