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피해 왜 커졌나
소방서 사고현장 100m 거리 불구
몰린 인파에 구급대 현장진입 지연
인명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 현장을 30일 새벽 경찰 관계자 등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좁은 골목' '가파른 경사' '한꺼번에 몰린 인파'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서 벌어진 대형 압사 참사가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진 건 경사진 좁은 골목에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몰린 구조적 요인이 주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파가 마치 물결처럼 떼밀려 가는 와중에 맨 앞에서 넘어진 사람들이 미처 일어날 새 없이 바로 뒤따르던 인파가 도미노처럼 겹겹이 쌓이면서 질식사한 경우가 많이 나왔다. 사고현장인 해밀톤호텔 옆 골목은 폭 4m 정도로 매우 비좁은 데다 경사까지 가팔라 한번 넘어지면 일어나기 어려운 구조다. 성인 5~6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고 가파른 골목에 수만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린 게 대규모 사고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특히 가파른 경사는 한번 넘어지면 어느 정도 일어설 수 있는 평지 골목과는 달리 뒤따르던 인파가 덮치면서 넘어진 희생자들이 옴짝달싹할 수조차 없었다는 게 사고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전언이다.
참사가 일어난 곳은 이태원동 중심에 있는 해밀톤호텔 뒤편인 세계음식거리에서 이태원역 1번 출구가 있는 대로로 내려오는 비좁은 골목이다. 해밀톤호텔 옆 좁은 내리막길로 길이는 45m, 폭은 4m 내외다. 넓이로 계산하면 55평 남짓에 불과하다. 특히 참사 현장은 번화가와 대로변을 잇는 골목이다 보니 세계음식거리가 있는 위쪽에서 내려오는 사람과 이태원역에서 나와 아래에서 올라가려는 사람이 겹쳐 밀집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해당 골목의 한쪽은 해밀톤호텔 외벽이어서 사람들이 피할 틈조차 없었다.
사고 당시 현장에선 "좁은 골목길에 사람들이 전혀 움직일 수 없다" "사고가 발생하고 상당 시간이 지난 뒤에도 계속 인파가 밀려왔다" "가파른 골목에서 사람들이 미니까 도미노마냥 쓰러졌다" 등의 목격담이 잇따랐다. 이 같은 구조 때문에 긴급출동한 소방과 경찰도 희생자 구조에 애를 먹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대원 등이 아래에 깔린 피해자를 빼내려고 했으나 뒤쪽으로 겹겹이 사람들이 한데 뒤엉키면서 꽉 끼인 탓에 쉽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들의 비명과 인근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와 소음 등이 섞이면서 앞쪽의 긴박한 상황이 뒤쪽 인파에 제대로 전달이 안됐다.
소방서와 사고현장은 100m 거리로 가까웠지만 인파를 뚫고 구급대가 응급환자에게 도착하는 데 평소보다 오래 걸렸던 것으로 보인다.
또 심정지, 호흡곤란 환자가 300명 가까이 나오면서 일대일로 해야 하는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구급대원도 턱없이 부족했다.
이에 시민들까지 가세해 CPR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구급차, 경찰, 시민들이 한데 엉키면서 교통통제에도 일부 아쉬움이 있었다는 전언이다. 귀가하려는 시민의 차량이 이태원로에 집중되면서 사상자를 실은 구급차의 병원 이동도 쉽지 않았다.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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