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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반도체 겨울 성큼, 국회는 특별법 손 놓고 있나

4분기 영업 이익 더 암울
인재확보, 기술이 승부수

[fn사설] 반도체 겨울 성큼, 국회는 특별법 손 놓고 있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8일 오후 광주 광산구 평동산업단지에 있는 협력회사를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면서 파이팅 구호를 제안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3·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데 이어 4·4분기 실적 전망도 녹록지 않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4·4분기 실적 전망치는 반도체 혹한기가 이미 닥쳤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삼성전자는 3·4분기에 작년동기 대비 30% 이상 빠진 영업이익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4·4분기 이를 만회할 여지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오히려 더 치명적일 것이라는 예상이 잇달아 나오고 있어 시장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3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 컨센서스를 보면 4·4분기 삼성전자 영업익은 8조7682억원에 그친다. 작년동기 대비 36.8%나 감소한 수준이며, 어닝쇼크의 이번 3·4분기와 비교해도 20%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실망스러운 실적은 수요가 지속적으로 줄면서 메모리 시세 하락폭이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는 탓이다.

SK하이닉스는 이보다 더하다. 4·4분기 영업이익 증권사 컨센서스는 1349억원에 불과하다. 4조2195억원을 거뒀던 지난해 4·4분기와 비교하면 엄청난 퇴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4분기 영업이익이 1조6556억원으로 작년동기 대비 60% 이상 줄었다. 일각에선 4·4분기 적자 전환을 점치는 전문가도 상당수 있다. 매서운 겨울한파에 이미 휩싸여 있는 것이다.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최우선 주력품목이다. 4차 산업혁명기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산업이어서 반도체를 둘러싼 패권 싸움도 잠잠한 날이 없다. 중국시장 수출을 통제하겠다는 미국의 노골적인 전략에 우리 기업은 험난한 고갯길에 들어섰다. 이 아슬한 국면 속에 글로벌 경기침체가 엄습하면서 주력 메모리 시장이 초토화되고 있으니 갈 길은 더욱 아득해지고 있는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초격차 기술 확보에 매진하고, 그동안 열세였던 비메모리반도체로 분야를 확대하는 것은 이제 절실한 과제가 됐다. 지난주 취임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어깨도 이로 인해 더욱 무거울 것이다. 감산 카드까지 꺼낸 SK하이닉스의 절박함도 이에 못지않다고 본다. 시장의 아우성에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 화답하는 일이 너무나 시급하다. 반도체의 중요성을 모르지 않으면서 정쟁에 바쁜 여야가 지금의 비상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전문 기술인력을 키우는 것은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반도체특별법을 속히 처리하고, 후속 지원책도 더 내놔야 난국을 이겨낼 수 있다. 다른 국가들은 다들 그렇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