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회원국, 바이든 정부의 유럽 기업 차별에 집단 대응 검토
프랑스 '바이든 IRA 때문에 11조원 손해' 강력 반발
정권 바뀌며 겨우 꺼졌던 대서양 무역전쟁, 재점화 위기
지난 6월 26일 독일 바이에른주 엘마우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만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대화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무역 전쟁을 벌였던 유럽연합(EU)이 조 바이든 정부와도 무역 문제로 다투게 생겼다. 바이든 정부가 전임자의 ‘미국 우선주의’를 계승하며 외국 기업을 차별했기 때문인데 EU는 집단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월 30일(현지시간) 관계자들을 인용해 EU가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한 집단적인 대응책을 논의중이라고 전했다. EU 대사들은 지난주 열린 회동에서 EU가 IRA에 대처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확고한” 조치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10월 28일에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만나 미국의 국산품 장려 조치에 대한 EU의 대응을 놓고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전부터 미국 산업 부흥을 외치며 미국산 제품 소비 촉진을 외쳤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IRA를 밀어붙였고 지난 8월에 의회를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에는 전기자동차 및 친환경 산업에 관련된 미 기업들과 미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에 각종 세제 혜택을 주는 내용이 담겼다. 가장 논란이 된 부문은 전기자동차였다. 바이든 정부는 IRA에 따라 올해부터 전기차 구매자에게 최대 7500달러(약 1068만원)의 보조금을 주겠지만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는 전기차만 해당한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보조금을 받으려면 미국에서 만든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을 일정부분 사용한 자동차를 사야 한다. 한국과 일본, EU 등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 강국들은 이를 두고 잇따라 반발했다.
EU는 이미 트럼프 정부 당시에도 항공기 제작사에 대한 보조금 갈등, IT 기업에 대한 디지털세 징수 등을 놓고 미국과 보복관세를 주고받으며 무역 전쟁을 벌였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달리 동맹국을 살피겠다고 주장했지만 적어도 무역과 경제 분야에서는 트럼프의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관계자에 따르면 EU 회원국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집단 대응을 촉구하는 국가는 프랑스다. 익명의 프랑스 외교관은 프랑스 기업들이 IRA에 따른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미국 내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80억유로(약 11조3396억원)를 손해봐야 한다고 성토했다. 특히 스텔란티스나 르노 같은 유럽 자동차 브랜드는 EU의 입법 예고에 따라 유럽의 전기차 투자를 크게 늘린 상황에서 어쩔수 없이 미국 투자를 늘려야 한다. 앞서 EU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출시를 금지한다고 예고했다.
관계자에 의하면 프랑스는 EU 집행위원회에 IRA 대응책 논의를 촉구하는 한편 자체적인 대응책을 검토중이다. 프랑스는 현재 미국을 포함해 어느 나라에서 제조된 전기차든 최대 7000유로(약 992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IRA를 불공정 무역행위로 보고 있다. 마크롱은 이달 연설에서 “우리도 미국처럼 해야 한다”며 “중국과 미국 모두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데 유럽만 활짝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FT를 통해 미국과 보조금 대결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좀 더 협상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미국보다 유럽에 머물 수 있도록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FT는 EU가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거나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특정 업종에 IRA 적용을 제외하는 방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편 10월 25일 마이크 파일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EU 집행위원회의 내각 대표인 비요에른 자이베르트와 만났다. 두 관계자는 해당 모임에서 우크라이나 재건을 논의하는 동시에 미국과 EU 간의 IRA 해법을 논의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첫 회의는 이번 주에 열릴 예정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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