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집권에 성공한 브라질 룰라 대통령. 연합뉴스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중남미 온건 사회주의 좌파들이 정권을 잡았던 '핑크 타이드'의 부활인가. 중남미 지도를 들여다보면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에서부터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베네수엘라 등 주요국 전부가 붉게 물들어 있다. 10월 30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브라질의 좌파 집권으로 중남미에서 경제규모가 큰 상위 6개국 모두가 진보좌파 정권 일색으로 채워졌다.
브라질 역사상 가장 극단적 이념대립을 보인 올해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좌파의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77)의 '화려한 부활'을 선택했다. 인구 2억1000만명의 대국 브라질을 향후 4년간 이끌 12년 만의 재집권이요, 전무후무한 3선 임기의 시작이기도 하다.
룰라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은 2003~2010년 제1, 제2기 재임기간 브라질 경제의 황금기를 이끌었다는 점이다. 당시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은 매년 평균 5%대 성장을 기록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세수가 늘어나자 이를 기반으로 취약계층 지원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 2000만명 넘는 빈곤층을 중산층으로 상승시켰다. 지지자들은 그를 가난한 사람들을 대변하고, 기아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대통령이라고 여긴다.
1.8%p에 불과한 초박빙 표차가 선거불복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실제 육군 대위 출신의 극우주의자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전자투표 시스템을 신뢰할 수 없다"며 선거 결과를 수용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또 "군대는 우리 편, 군대는 부패도 사기도 용납하지 않는다"라는 친위 쿠데타를 암시하는 발언을 내뱉기도 했다.
2020년 미국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패배 이후 나타났던 사회적 혼란상이 브라질에서 재연될 소지가 남아 있다. 우호세력의 대선 승리에 멀리서 중국이 쾌재를 부르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백신 제공으로 '미국의 앞마당'을 점거, 입지를 다지는 중이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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