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 게 터졌다."
채권시장의 자금경색을 보고 누군가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글로벌 고강도 긴축정책, 경기침체 등으로 채권시장은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터질 것 같은 사태를 막고 보수하는 것이 위기관리 대응능력이다.
강원 레고랜드 사태는 위기관리를 해야 할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살얼음판 같은 자본시장에 돌을 던진 일이나 다름없다. 강원도는 최고의 신용도를 자랑하는 '보증'채에도 금이 갈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든 점에서 해외시장에서 한국 채권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어놨다.
2000억원가량 강원도 보증채 미지급으로 촉발된 레고랜드 사태는 3000조원에 달하는 대한민국 채권시장을 흔들고 있다. 정부의 유동성 '50조원+알파(α)' 공급 발표에도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 계열사 금리 역시 몇 배 이상 뛰었다. 채권시장의 혼란은 기업들의 부도설로 이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무지만 탓할 수 없다. 작금의 채권시장 혼란은 이를 모니터링하는 신용평가사, 금융당국 관리 소홀 등 엇박자가 낳은 참담한 결과이다. 자본시장 내 컨트롤타워 작동의 실패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감장에서 화살은 금융당국으로 향했다. 국감장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 "(강원도의 결정을) 미리 알았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레고랜드 채무불이행을 발표할 때 미리 알았느냐'는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김 위원장은 "협의한 건 없는 거로 알고 있다"면서 "강원도에서 이런 상황이 날 줄 몰랐다"고 답했다.
이 같은 김 위원장의 답변은 금융당국은 물론 신평사의 직무유기로 이어진다. 강원도 보증 채권 신용등급이 D등급이 되기까지 신평사는 금융당국에 어떠한 보고도 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되니 말이다. 금융당국 또한 모니터링에 소홀했다는 방증이 된다.
신평사가 금융당국에 알리지 않은 것인지, 금융당국이 알림을 받고도 모른 척한 것인지는 따져봐야 할 일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강원도의 미지급 결정이 있고, 디폴트로 강등된 SPC 관련 리포트는 신평사 홈페이지에서 쉬이 찾기 어려웠다.
본디 신평사들은 사이트에 유동화증권부터 회사채에 이르기까지 등급 변화를 공시한다. 그러나 10월 4일 디폴트(D) 처리된 사항은 자산유동화증권 공시란에 비어 있다. 기자가 생소한 SPC명(아이원제일차)을 검색해야만 해당 리포트가 뜨는 정도였다.
모니터링 기관으로서 발표하는 공시치고 애매하다.
어찌 보면 자본시장의 혼란은 무지와 보신주의, 책임회피가 낳은 당연한 귀결이었는지 모른다. 터질 게 터지게 만드는 것은 이런 것들이다.
khj91@fnnews.com 김현정 증권부 차장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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