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초 3선 대통령 탄생
룰라, 결선투표 득표율 50.9%
보우소나루에 1.8%p차 역전승
공공부문 개혁·여성 안전 등 공약
브라질 대선 후보로 나섰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가운데)가 10월 30일(현지시간) 대선 결선 투표에서 승리한 직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엄지를 치켜들며 환호하고 있다. 룰라는 50.9%의 득표율을 기록, 49.1%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에 신승을 거뒀다. AFP연합뉴스
남미의 '좌파 대부'로 불리는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77)가 10월 30일(현지시간) 브라질 대선 결선 투표에서 승리하면서 브라질 역대 최초로 3선 대통령에 올랐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룰라는 이날 개표 결과 당선이 확정되자 브라질 상파울루의 티볼리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오늘 유일한 승자는 브라질 국민들이다"라며 "오늘 승리는 나 혹은 노동자당, 나를 지지했던 당들의 승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룰라는 "이 승리는 정치 정당과 개인의 이해관계, 신념들 위에 세워진 민주주의 운동의 승리다"라고 말했다.
룰라는 향후 집권 기간 동안 중도파와 대선 1차 투표에서 자신에게 투표한 우파 관계자를 포용하고 싶다고 강조하면서 초당적인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룰라는 "두 개의 브라질은 없다. 증오로 물든 시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국민들에게 분열을 극복하고 화합할 것을 호소했다.
그는 "오늘 선거에서 어느 후보를 골랐던 간에 모두가 다시 꿈꿀 수 있고, 그 꿈이 실현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룰라는 이외에도 가난과 기아 퇴치를 위한 공공부문 개혁, 여성 안전과 노동권 보장, 경제 성장, 아마존 환경 보호 등을 약속했다. 룰라는 내년 1월 1일 취임한 후 4년의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노동자당 대선 후보로 출마한 룰라는 결선 투표 결과 50.9%의 득표율을 기록해 49.1%의 표를 얻은 자유당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현 대통령을 간발의 차로 꺾었다. 그는 개표 이후 줄곧 보우소나루에게 밀리다가 개표율 67% 지점에서 역전한 뒤 빠르게 앞서갔다.
이번 투표는 브라질에서 1989년 직선제를 도입한 이후 가장 박빙의 승부였다. 두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1.8%p에 불과했다. 이전 기록은 2014년 대선으로, 당시 룰라의 후계자로 나섰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연임을 결정하는 결선투표에서 51.64%의 득표율을 얻어 48.36%의 아에시우 네베스 후보를 3.28%p 차이로 제쳤다.
지난 2003~2010년 동안 브라질 대통령을 연임했던 룰라는 금속 노동자 출신으로 식량 무상 지원과 최저 임금 인상, 최저 생계비 지원 등 적극적인 빈곤 퇴치 정책으로 3000만명에 가까운 중산층을 창출했다. 그는 임기 동안 브라질 경제를 세계 8위로 끌어올리고 국가 부채를 해결했으며 임기 말 지지율이 87%에 달할 만큼 현대 남미에서 가장 성공한 좌파 대통령으로 불렸다. 룰라에 이어 집권한 호세프는 경제난과 부패로 인해 2016년 탄핵됐다.
이후 2018년 열린 대선에서는 '좌파 심판론'이 등장했다. 군인 출신인 보우소나루는 군 비리를 폭로하면서 유명세를 탔고 우파 중에서도 극우에 가깝다. 그는 좌파 정부의 부패 타도와 질서 확보를 주장하며 당선됐다. 보우소나루는 재임 전후로 과거 군사독재 미화, 사형제 부활, 흑인 및 동성애자 차별 발언, 아마존 벌채 옹호, 코로나19 통제 반대 등 갖가지 극단적인 행보로 유명세를 타며 '브라질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얻었다. 룰라는 2018년 대선에서 보우소나루와 대결하려 했으나 부패 혐의로 수감되면서 출마하지 못했다.
이번 선거는 이처럼 좌파와 우파의 대표주자들이 격돌하면서 극단적인 이념대립이 펼쳐졌다. 외신들은 브라질의 심각한 경기 침체와 더불어 국론 분열을 지적하며 룰라의 과제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보우소나루는 선거 전부터 전자투표기기의 신뢰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음을 내비쳐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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