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만에 가장 일찍 발생
'에그플레이션' 재현 가능성
올해 국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이 지난해보다 한달가량 앞당겨지면서 계란 가격이 또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AI균은 해외에서 국내에 들어온 겨울철새가 옮기는데 산란계 농가에 번져 대량으로 닭을 살처분하면 계란 공급이 부족해져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AI가 산란계 농장을 덮쳐 계란 한 판(30알)에 1만원대까지 가격이 치솟기도 했다. 이에 겨우 잠잠해진 '에그플레이션'(egg+inflation)이 올해 다시 발생, 고물가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월 31일 고병원성 AI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10월 26일 충북 진천 오리농장에서 올해 세번째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 국내 고병원성 AI는 야생조류와 가금농장에서 각각 10월 10일, 17일에 처음 발생했다. 고병원성 AI가 국내에 최초로 발생한 2003년 이후 겨울철에 가장 일찍 발생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경상도 지역 야생조류의 고병원성 AI 발생 시점과 비교해 보면 올해는 이례적으로 한 달 이상 빠르게 검출됐다.
중수본은 "전국적으로 AI 바이러스가 퍼져 있을 우려가 높은 상황"이라며 "언제든지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AI 확산은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해외 고병원성 AI 발생이 예년보다 급증했기 때문이다. 올해 1~8월 해외 AI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8.4% 증가한 5355건이 발생했다. 특히 시베리아에서 국내로 유입되는 겨울철새와 교차감염되는 유럽의 경우 AI 발생이 82.1% 증가했다.
만약 올해 또 국내에 AI가 확산된다면 계란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서는 2020~2021년 겨울철 109곳 농가에서 AI가 발생, 가금류 약 3000만마리가 살처분됐다. 이에 계란 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한 판 가격이 1만원을 웃도는 등 가격이 무섭게 뛰었다. 살처분된 산란계 농장의 경우 병아리를 재입식할 때까지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재입식을 해도 4개월 이상 길러야 알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가 계란 수입에까지 나서면서 지난해 8월 처음으로 5000원대로 내려왔지만 몇 달간 '계란값도 못 잡는 정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계란 값은 이날 기준 65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AI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유입돼 산란계 농장에 퍼지면 최근 고물가 속에서 에그플레이션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에그플레이션이란 계란 값 급등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계란은 빵 등 다양한 식품조리에 포함돼 가격이 뛰면 전체적인 식품물가까지 끌어올린다.
에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하면 최근 배추 등 농산물 가격 상승세에 힘든 서민들은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방역당국은 이번 AI 발생농장에서 방역 미흡사례가 다수 확인되자 농가에 경각심을 갖고 차단방역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방역 미흡사항이 다수 확인된 AI 발생농장은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가축에 대한 살처분 보상금 삭감, 위반행위에 대한 과태료 부과, 입식제한 등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된다.
중수본은 AI 발생 위험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하고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현행 500m 내 모든 축종에 더해 오리에서 발생할 경우 500m∼1㎞ 오리 추가 살처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조정된 범위는 오는 9일까지 적용된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