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전투기 띄워 공대지미사일 대응 사격
2016년 이후 6년여만 울릉도에 '공습경보'
오후엔 '동해 완충구역' 향해 100여발 포격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9·19합의' 또 위반
북한 전술유도탄. 사진=노동신문 캡처
[파이낸셜뉴스] 북한이 2일 오전 동·서 양측 해상을 향해 탄도미사일 등 각종 미사일을 24여발 쏜 데 이어, 동해 완충구역 내로 100여발의 포격을 가하는 등 연쇄 무력도발을 벌였다.
북한의 이날 미사일 등 연쇄 도발은 지난달 28일 동해상으로 SRBM 2발을 쏜 지 닷새 만에 벌어진 일이다.
특히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 가운데 1발은 동해 NLL 이남 수역에 떨어졌고, 이에 우리 군도 전투기를 띄워 NLL 이북 해상에 공대지미사일 3발을 발사하는 등 그 대응에 나섰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전 6시51분쯤 북한 평안북도 정주시와 피현군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4발을 포착했다.
이어 △오전 8시51분쯤엔 북한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SRBM 3발이 포착됐고, △오전 9시12분쯤부턴 북한 동·서해안 양측에서 각각 해상을 향해 발사된 SRBM 및 지대공 미사일 등 10여발을 추가로 포착했다.
북한의 미사일 추가 발사 지점은 동해안의 경우 함경남도 낙원·정평군 및 신포 일대, 그리고 서해안은 평안남도 온천군·화진리와 황해남도 과일군 일대로 포착했다.
이 가운데 북한이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쏜 SRBM 3발 중 1발은 NLL 이남 26㎞ 지점 공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탐지됐다. 강원도 속초로부터 동쪽으로 약 57㎞, 울릉도로부턴 서북쪽으로 167㎞ 거리 지점이다.
북한은 또 △오후 4시30분부터 5시 10분까지는 북한 선덕·신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과일·온천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지대공 미사일 등으로 추정되는 6발의 추가 발사가 포착됐다.
국제법상 각국의 '영해'가 기선(基線·기준선)으로부터 12해리(약 22㎞)까지의 해역임을 감안할 때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이 우리 영해에 바짝붙어 떨어진 것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그 기술을 이용한 모든 비행체 발사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다.
북한군 전선 장거리포병구분대 화력타격 훈련.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은 그동안 동·서해안 접경지 일대에서 해안포와 방사포(다연장로켓포)를 NLL 이남으로 쏜 적은 있지만, 이보다 '위협 수위'가 높은 탄도미사일을 사실상 우리 측을 겨냥해 발사한 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쏜 미사일 1발이 울릉도 쪽으로 날아오는 것으로 우리 군 레이더에 포착되면서 행정안전부 민방공경보통제소를 통해 경북 울릉도 지역에 공습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우리 영역에서 북한의 도발에 따른 공습경보가 발령된 건 2016년 2월 '광명성 4호' 인공위성 발사 이후 6년여 만이다.
우리 군은 북한의 이날 미사일 도발에 따른 차원에서 △우리 공군 F-15K·KF-16 전투기를 출격시켜 NLL 이북 동해상을 향해 '슬램-ER'(사거리 278㎞) 등 공대지미사일 3발을 쐈다. 우리 군은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의 발사지점부터 동해 NLL 이남 낙탄 지점까지와 같은 거리에 위치한 NLL 이북 동해 공해상을 목표로 설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에도 △오후 1시27분쯤 강원도 고성군 일대에서 동해상 NLL 북방 '해상 완충구역' 내로 쏜 포탄 100여발이 포착되는 등 북한의 무력도발이 계속됐다.
우리 군은 즉각 경고통신을 통해 북한의 "9·19합의 위반"을 지적하며 "도발 중단"을 요구했다.
북한은 지난달부터 이 같은 9·19합의 위반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
우리 군은 북한의 이날 미사일 발사 직후부터 전군 경계태세를 '2급'으로 격상해 유지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와 합참은 공동위기관리시스템을 가동해 대응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쟁기념관. 사진=뉴스1
이날 김승겸 합참의장은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과의 공조회의를 통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상황을 공유하고 "북한의 위협·도발에 대한 연합방위태세를 더 굳건히 할 것"을 확인했다고 합참이 전했다.
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도 '북 도발 관련 우리 군의 입장' 발표에서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 가운데 1발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NLL 이남 우리 영해에 근접해 떨어졌다"고 지적하면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내외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날 도발은 표면적으론 지난달 31일부터 총 240여대의 한·미 공중 전력이 참가한 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을 겨냥한 반발이지만 북한은 이를 트집 잡아 7차 핵실험 강행 등 대형 도발을 위한 명분을 쌓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동안 한·미 군 당국은 이번 '비질런트 스톰'이 방어적 성격의 훈련임을 강조하고 있으나, 북한은 일체의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북침 전쟁연습"이라며 상투적인 적반하장식 공세를 펼쳐왔다.
북한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31일 외무성 대변인, 이달 1일 박정천 조선노동당 비서 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명의 담화를 통해 "미국이 계속 엄중한 군사적 도발을 가해오는 경우 보다 '강화된 다음 단계 조치'들을 고려하게 될 것이다" "미국과 남조선(남한)이 우리에 대한 무력사용을 기도한다면 공화국의 '특수한 수단'들은 부과된 자기의 전략적 사명을 지체 없이 실행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은 올 들어 지난 10개월 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각종 미사일 발사와 공중무력시위, 포사격 등을 통해 전례 없이 높은 빈도로 무력도발을 벌여왔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제7차 핵실험 또한 언제든 실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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