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8일 오후 광주 광산구 평동산업단지에 있는 협력회사를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면서 파이팅 구호를 제안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지표들이 연일 암울하기 짝이 없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5.7%를 기록하며 다시 상승폭을 키웠다. 석유류는 다소 내렸으나 전기·가스요금이 껑충 뛴 영향이 컸다. 한국은행은 내년 1·4분기까지 5%대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날 내놨다. 금리인상 압박을 비켜가기 힘들게 됐다. 고통의 시간은 더 길어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기둥이었던 수출이 지난달 역성장으로 돌아선 것도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섬유 등 하나같이 수출 주력이었던 업종들이 죄다 뒷걸음치고 있다. 전 세계 경기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이어서 해법도 막연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일 비상 경제장관회의에서 "대외여건 악화로 당분간 증가세 반전이 쉽지 않다"고 밝힌 건 이런 맥락이다.
고물가·고금리·저성장 등 몰아치는 퍼펙트 스톰(복합위기) 국면에서 변화를 모색하며 길을 찾는 기업들에 주목하게 된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1일 창립기념식에서 "어려운 때일수록 진짜 실력이 발휘된다"며 또 한 번의 변신을 주문했다. 삼성은 인공지능(AI), 로봇, 메타버스에서 새로운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앞서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곧 나올 이 회장의 '뉴삼성' 비전에서 구체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업체의 동맹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정부까지 가세한 민관 연합체다. 2030년 글로벌 시장점유율 40%를 달성해 중국을 제치고 이차전지 최강국이 되는 것을 목표로 출범했다. 급한 것은 핵심 광물 공급처 다변화다. 배터리 소재가 되는 리튬, 니켈 등은 전 세계적으로 중국산 그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미국, 유럽이 안보 우려 속에 중국산 배제를 선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역시 중국산 의존율이 압도적이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경쟁사끼리 손을 잡은 것이다.
자원개발은 개별기업 대응만으로 쉽지 않은 영역인 만큼 정부 역할이 작지 않다.
생산성 높은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정부가 힘을 보태줘야 한다. 비상한 시기 우리가 기댈 기업이 있다는 것은 천만다행이다. 살려고 몸부림치는 기업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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