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이태원 참사로 국가가 정한 애도기간이 오는 5일 종료되는 가운데 애도기간에 대해 ‘길다’, ‘적당하다’ 등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너무 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반대쪽에서는 무고한 사람이 150명 이상 희생된 만큼 적절하다는 주장도 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본 결과 짧게는 3일부터 길게는 10일 이상까지 다양하게 나타났다.
해외 참사 관련 애도기간 사흘 전후 많아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10월 31일 시작된 국가 애도기간은 5일 자정까지 총 6일동안 진행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부는 사고 수습이 일단락될 때까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이번 사고 수습과 후속 조치에 두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애도기간이 ‘너무 길다’와 ‘적당하다’는 의견 두 가지로 나뉜다. 너무 길다는 입장은 해외 사례와 비교했을 때 애도기간이 너무 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참사 등과 관련해 사흘 전후가 애도기간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2000년대 들어서 처음 국가 애도기간을 가진 나라는 스페인이다. 스페인은 2004년 3월 11일 아침 마드리드 기차역에서 발생한 동시다발 폭탄테러로 최소 190명이 사망하고 1200여명이 부상당하는 참사를 겪었다. 이로 인해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당시 총리는 이날부터 사흘간을 국가 애도기간으로 정했다. 다음해 4월 2일에는 이탈리아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서거와 관련해 애도 기간이 있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당시 총리도 이날부터 사흘 동안을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2008년 이웃나라 중국에서도 5월 발생한 쓰촨성 대지진과 관련해 한 차례 애도기간이 있었다. 당시 지진으로 8만여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고 중국 국무원은 그해 5월 19~21일 전국 애도의 날로 정했다. 이밖에 2015년 네팔 대지진, 2016년 벨기에 브뤼셀 테러 사건, 2020년 아르헨티나 축구선수 디에고 마라도나가 사망 때는 각각 사흘의 애도기간이, 올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사망했을 때는 12일의 애도기간이 있었다.
주요사건 발생한 국가별 애도기간 /그래픽=정기현 기자
"애도기간 법제화? 기준 정하기 힘들어"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현재 국내 애도기간이 너무 모호하며 아예 이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민 A씨는 “애도기간을 그때그때 모호하게 정하지 말고 아예 구체적으로 기준을 잡아 정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혼란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애도기간을 법제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법제화를 어떤 기준으로 하느냐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이어 “희생자 숫자, 사고 유형 등 어떤 수치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는 그 자체로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기준이 있어도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균성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애도기간을 법제화하는 것은 상황이 하나가 아니라는 점에서 조심스럽다”면서 “애도라는 것이 인간적인 차원에서 하는 행동이지 모든 것을 법으로 정할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상황이 생길 때마다 여론을 보고 정하는 것이 맞다”며 “세계적으로 봐도 애도기간을 법제화한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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