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미국 금리 6%대 전망도
격차 더 커져 후폭풍 대비를
미국 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 의장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이 다시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면서 한국 경제는 더 험난한 행군을 하게 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2일(현지시간) 이번에도 자이언트스텝(0.75%p 인상)을 단행해 최상단 기준금리를 4%까지 높였다. 15년 만에 최대치였고 자이언트스텝은 이번이 4회째였다. 거침없는 행보이긴 했으나 예상됐던 바여서 놀랄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미국 나스닥은 3% 이상 급락했고 이어 문을 연 아시아 증시도 맥을 못 췄다.
시장의 쇼크는 제롬 파월 의장의 입 때문이다. 여전히 잡히지 않는 물가에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파월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인상속도 조절 가능성을 내비치긴 했으나 최종 금리 수준은 기존 예상치를 웃돌 것이라고 공식화했다. 앞서 예상됐던 내년 미국 금리 마지막 고지는 4.7%였다. 파월은 그로부터 "갈 길이 남아 있다(some way to go)"라고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 금리는 내년 5%를 훌쩍 넘어설 수 있다. 월가 전문가들은 파월의 발언을 두고 "악마의 흥정"이라며 내년 6월 6%대를 점칠 정도다. 가뜩이나 침체의 늪에 허우적대기 시작한 글로벌 경제는 앞으로 더 가혹한 순간과 맞닥뜨릴 일이 남았다. 우리 경제는 고통스러운 터널에 갇힐 수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은 킹달러의 위력에 다시 요동쳤다.
고환율이 지속되면 치솟는 수입 물가에 국내 인플레는 가중된다. 경상수지까지 위태롭게 만들어 대외 신인도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그렇잖아도 외환보유액은 당국의 환율 방어로 계속 축나고 있었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4140억달러로 3개월 연속 감소세다. 전 세계 침체에 내리막길 수출 길의 반전도 더 힘들어진다. 말 그대로 퍼펙트 스톰이다.
당장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다. 이번 미국의 자이언트스텝으로 한미 금리 격차는 더 벌어졌다. 미국보다 1%p 낮은 금리를 이대로 둘 수 없는 것은 현실이다.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는 24일 열린다. 6연속 인상보다 또 빅스텝(O.5%p 인상)일까 여부에 관심이 몰릴 것이다. 자금 흐름을 봐가면서 결정하겠지만 가능성은 상당하다.
지금은 금리 완화 사이클의 시작점이 가늠조차 안되는 상황이다. 이런 때일수록 기본과 원칙을 다잡는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총량은 세계 1위다. 기업부채 증가 속도는 세계 2위다. 후폭풍은 경제주체 모두가 챙겨야 한다. 당국의 연착륙 방안도 더욱 정교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이태원 참사,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 등으로 정국은 더욱 혼란스럽다. 이 국면에 대립과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될 일이다.
국회엔 아직도 경제 현안 법률들이 쌓여있다. 위기극복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대승적 차원에서 서로 손잡고 이 파고를 같이 이겨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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