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대 137.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BTS 콘서트와 이번에 참사를 빚은 이태원 핼러윈 행사에 투입된 경찰관의 숫자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은 서울에서 발생한 군중 충돌을 분명히 피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라는 긴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NYT는 여기서 과거 BTS 공연 당시 동원됐던 경찰관과 이태원 행사에 배치된 경찰관 수를 비교하면서, 당국의 사전 대비가 충실했다면 이번 참사는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人災)'였다고 주장했다. NYT는 이어 "한국은 정치집회가 열릴 때 아무리 작은 규모라도 군중 통제를 위해 세심한 계획을 세우는 나라였다"면서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난 토요일 밤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고 꼬집기도 했다.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사건에 대한 외신의 관심이 유독 크다. 말도 안되는 일이 인구 1000만의 대도시에서 벌어진 탓도 있겠지만, 희생자 중 상당수가 자국민을 포함한 외국인인 까닭도 없지 않을 듯하다.
이번 참사로 이란인 5명을 포함해 중국인과 러시아인 각 4명, 미국인과 일본인 각 2명, 프랑스·호주·노르웨이·오스트리아·태국·우즈베키스탄 등 총 14개국 26명의 외국인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 중에는 미국 연방하원 의원의 조카도 있고, 열렬한 한류 팬이었던 일본인 여학생도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또 "(아들의 죽음으로) 수억번을 동시에 찔린 것 같다"는 한 미국인 아버지의 애절한 사연이 SNS를 통해 전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기도 했다.
"(이번 참사가) 번성하는 기술 강국, 대중문화 강국인 한국의 이미지를 손상시켰다"는 지적도 뼈아프다. 최근 외신들은 BTS, 오징어게임 등 K팝과 한류의 성공을 대서특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다. 그들이 보기에도 이번 사건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너무 많아서다. 시스템 부재, 부실한 대응, 책임 전가 등이 외신이 이번 사건을 타전하면서 자주, 반복적으로 사용한 말이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세월호 참사 등 잊고 싶은 기억을 소환할 땐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다. 대한민국의 민낯이 이번 일을 통해 한꺼번에 까발려지는 듯해 마음이 무겁고 불편하다.
이번 참사는 우리에게 가던 걸음을 멈추고 잠시 뒤돌아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낮은 자세로 발 아래를 잘 살펴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처절한 반성(反省)이다. 반성은 거울 앞에서 나를 찬찬히 들여다보며 성찰하는 일이다. 통절한 참회록을 써야 하는 이유다.
부끄럽고 참담한 노릇이지만 그런 과정을 거쳐야만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 책임 질 사람은 책임 지고, 또 물러날 사람은 물러나야 한다. 그래야 이 나라가 바로 선다.
jsm64@fnnews.com 정순민 생활경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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