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예상치보다 더 높일것”
내달 혹은 내년 1월 회의때
인상 속도조절 가능성 언질
美 백악관 “연준 독립성 존중”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이 자리에서 내달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고 밝히면서도 최종적으로 금리를 높은 수준까지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EPA연합뉴스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4연속 '자이언트스텝(한번에 0.75%p 기준금리 인상)'을 감행하면서 목표 금리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예고했다. 그는 다음달부터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겠지만 인상 중지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미 정치권은 발표 직후 연준의 뜻을 존중한다고 밝혔고, 영국과 홍콩을 비롯한 외국 중앙은행들은 연준에 발맞춰 금리인상을 준비했다.
■속도 늦추겠지만 중단은 일러
연준은 2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0.75%p 올려 3.75~4% 구간으로 설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6월과 7월, 9월에 이어 4번째 자이언트스텝이다.
파월은 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이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연준의 금리인상에 대해 "좀 더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 및 각종 경제지표가 인플레이션이 아직 꺾이지 않았음을 가리키고 있다면서 금리인상을 일시적으로 멈추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파월은 "지난번 FOMC 회의 이후 발표된 데이터로 볼 때 최종적인 금리 수준이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예상보다 강세를 보이면서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계획보다 더 올려야 한다는 의미로 추정된다. 그는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인해 미 경제가 속도조절을 통한 인플레이션 완화에 실패하고, 결국 침체를 맞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이 이전보다 낮아졌다고 밝혔다.
다만 파월은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그는 "그럴 시기가 오고 있다"면서 "이르면 다음, 또는 그다음 회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12월 13~14일에 올해 마지막 FOMC 회의를 열고 다음 회의는 내년 1월 31일~2월 1일에 열린다.
파월은 금리인상 속도조절을 위해 수개월간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는 것과 같은 조건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떨어지고, 수개월간 일련의 하락세가 확인되기를 원하지만 그런 것들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기 위한 조건이라고는 생각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월이 이번 연설로 중요한 메시지를 전했다며 결국 금리가 오르는 속도보다는 최종 도착 지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JP모간의 마이클 페롤리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 보고서에서 파월의 금리 발언을 "더 천천히, 더 오래"라고 요약했다.
■선거 앞둔 美 정치권, 연준과 거리두기
미 백악관의 카린 장 피에르 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 도중 연준 자이언트스텝 소식을 듣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연준을 독립기관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 피에르는 "우리는 그러한 독립성을 존중한다"며 "연준은 물가상승 및 주택담보대출 증가를 억제하도록 도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택 수요 감소와 매물 증가는 가계의 물가상승 압력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장 피에르는 "이러한 조치는 대통령 및 정부 경제팀이 이전에도 말했던 것처럼 보다 안정적이고 꾸준한 성장을 위한 전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미 민주당 인사들은 지난달부터 적극적으로 연준을 상대로 지나친 고금리 정책이 경기침체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민주당과 바이든 정부는 오는 8일 하원 전체와 상원 3분의 1 등을 바꾸는 중간선거를 치르지만 침체 우려로 인해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유권자 15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46%가 공화당에 표를 주겠다고 대답했다. 민주당이라고 대답한 비율은 44%였다. 장 피에르의 발언은 선거를 앞두고 연준의 고금리 행보 때문에 물가가 잡히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변국도 덩달아 금리인상
고정환율제도(페그제)로 달러 환율을 조정하는 홍콩은 파월의 연설이 끝난 뒤 몇 시간 후에 즉시 금리를 올리며 대응에 나섰다. 홍콩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고 있는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3일 발표에서 기준금리를 4.25%까지 0.75%p 인상한다고 밝혔다. 홍콩의 기준금리는 이번 조치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3.75%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필리핀 중앙은행(BSP)의 펠리페 메달라 총재는 성명을 내고 오는 17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0.75%p 올릴 수 있다고 예고했다. 그는 "미 연준의 인상 결정은 BSP의 동일 규모 금리인상을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3일 열리는 영국중앙은행(BOE)의 통화정책위원회(MPC) 회의를 언급하며 영국도 연준과 같은 폭으로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이 0.75%p 인상을 강행한다면 이는 33년 만에 최대폭이다.
미 골드만삭스는 영국의 재정정책이 지난 8월 회의 때보다 확장적이며,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의 압박이 여전하고 BOE가 인플레이션 대응에 강경하다고 지적하면서 0.75%p 인상을 예측했다. 독일 도이체방크도 골드만삭스와 같은 의견을 내면서 영국의 내년 5월 최종금리 예상치를 기존 4.75%에서 4.5%로 낮췄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경우 지난달 27일 통화정책회의에서 2연속 자이언트스텝을 강행했으며 다음달 15일에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 결정을 앞두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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