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24일 빅스텝 단행 가능성
경기둔화 우려한 속도조절 의견도
"변동성 커져 시장 안정조치 확대"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가 3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창용 한은 총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사진=서동일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으면서 한국은행도 0.50%p 빅스텝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한미 금리차는 1%p로 커진 만큼 한은의 빅스텝이 예상되지만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어 0.25%p를 올리는 베이비스텝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이번 미국의 금리 결정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졌다는 평가로 한은과 금융당국의 금융시장 안정조치도 확대된다.
■한미 금리차 1%p 확대, 한은 빅스텝↑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FOMC는 이날 기준금리를 기존 3.00∼3.25%에서 3.75∼4.00%로 0.75%p 올렸다. 지난 6월과 7월, 9월에 이어 네번 연속 자이언트스텝이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에 한국은행도 이달 24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또 한번 0.50%p 빅스텝으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이번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한미 간 금리차는 1%p로 확대됐다. 이는 지난 2018년 3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이후 약 3년 만이다. 과거 한미 금리차가 가장 크게 벌어졌던 것은 지난 2000년 1.5%p였다. 당연히 이로 인한 자본유출 우려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평가다. 또 미국이 내달에도 자이언트 스텝을 이어간다면 한미 금리차는 더 벌어지게 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FOMC 이전 기준금리 인상 속도조절을 일종의 피봇(pivot, 정책변화)으로 간주하려던 인식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평가한다"면서 "통화당국의 행보가 높은 물가에 대응하는 데 집중됐고 경기위축을 감수하는 수준에 이르는 만큼 내년까지도 현재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은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물가 부담이 상존한다는 점에서 12월 FOMC에서도 0.75%p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인상폭이 문제다. 지난달 한은 금통위는 빅스텝을 결정했지만 0.25%p 금리를 인상하자는 소수의견도 2명이나 있었다. 최근 경기둔화 우려를 고려하면 이 같은 금리인상 속도조절에는 보다 힘이 실릴 수 있다는 평가다.
미국 제롬 파월 의장 역시 이르면 12월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을 언급했다.
■시장 변동성 확대…금융당국 시장안정조치
금융권에서는 이날 FOMC 결정에 따른 시장 변동성을 주시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해 미 FOMC 결과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상황과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이 부총재는 "물가안정에 대한 미 연준의 강력한 의지가 재확인된 만큼 향후 통화정책 긴축 지속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에 따라 환율, 자본유출입 등의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는 한편,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경우 적시에 시장안정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시장안정에 주력했다. 금융위원회는 유관기관과 은행권 실무 담당자 등과 함께 금융시장점검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이날 첫 회의를 가졌다.
금융위는 매주 TF회의를 통해 단기자금시장과 채권시장, 대출시장에서의 자금흐름과 은행권의 자금조달·운용 현황을 점검한다.
또 금융당국은 보험회사가 채권시장안정펀드의 자금 납입 요청(캐피털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유동성 평가 기준을 12월 평가종료 시까지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이달 중 보험업감독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해 유동성 규제 완화 방안을 조속히 추진할 방침이다.
jiany@fnnews.com 연지안 박신영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