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박정천 "한미훈련 연장은 엄청난 실수" 비난 1시간 뒤 또 미사일 3발
한미 연합공중훈련에 극렬 반발…지난달 28일부터 미사일 최소 33발 퍼부어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사진노동신문 캡처
[파이낸셜뉴스] 북한이 3일 오전에 이어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3발을 재차 발사하고 나섰다.
북한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이날 오후 8시 38분께 "돌이킬 수 없는 실수"라며 담화를 통해 맹 비난한 뒤 약 1시간만에 추가 도발이다.
북한은 오는 4일 종료 예정이던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 '(Vigilant Storm) 기간이 연장된 데 반발해 이날 오전에 이어 재차 탄도미사일 도발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은 이날 오후 9시 35분께부터 9시 49분께까지 황해북도 곡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SRBM 3발을 포착했다.
군 당국은 미사일 제원 등을 분석 중이며,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한미 간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후 2시께 군은 최근 지속적인 북한 도발로 한미 협의를 거쳐 비질런트 스톰의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종료 시점은 못박지 않고 세부 협의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비질런트 스톰은 최신 스텔스 전투기 F-35A와 F-35B는 물론 EA-18 그라울러 전자전기, U-2 고공정찰기 등 북한이 두려워하는 다양한 공중전력 240여대가 동원된 대규모 훈련이다.
이에 박정천 북한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이날 오후 8시 38분께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담화에서 비질런트 스톰 연장을 거론하면서 "매우 위험하고 잘못된 선택"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과 남조선의 무책임한 결정은 연합군의 도발적 군사 행위로 초래된 현 상황을 통제불능의 국면에로 떠밀고 있다"며 "미국과 남조선은 자기들이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담화는 3일(현지시간) 오전 미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앞두고 나온 것이기도 하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번 SCM에서 확장억제 실행력 제고 방안 등을 논의한다.
'확장억제'란 미국이 적대국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 핵능력과 재래식전력, 미사일 방어능력 등의 억제력을 미 본토 방위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공군 F-15K 전투기가 2일 동해상에서 북방한계선(NLL) 이북을 향해 슬램-ER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합참은 이날 오전 북한이 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응해 사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합참 제공
북한은 비질런트 스톰 훈련을 앞둔 지난달 28일부터만 해도 미사일 최소 33발을 발사하며 이 훈련에 격하게 반응하고 있다.
북한은 이날만 오후 11시14분 기준 현재까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을 포함해 탄도미사일 6발을 쐈다.
북한은 이날 오전 7시40분께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ICBM을 발사했으며 이어 오전 8시39분께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포함해 오전에만 탄도미사일 3발을 쐈다.
이 가운데 북한의 최신 '화성-17형'으로 판단되는 ICBM은 최고 고도 약 1920㎞, 비행거리 760㎞, 최고 속도 약 마하 15(음속 15배)로 탐지됐다.
하지만 이 ICBM은 발사 후 1단 추진체와 2단 추진체는 각각 성공적으로 분리됐지만, 이후 탄두부가 비행하던 중 추력이 약해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당국도 초기 분석에서 이 미사일은 최고 고도 2천㎞로 약 750㎞를 비행하다가 상공에서 소실돼 실패 가능성이 제기됐고, 우리 군도 정밀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북한이 오전에 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은 비행거리 약 330㎞, 고도 약 70㎞, 속도 약 마하 5로 탐지됐다.
이 SRBM 2발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의 계열로 추정되며 개천에서도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전날부터 이틀째 강도 높은 무력 도발을 벌여왔다. 전날인 2일 북한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이 울릉도 방향으로 날아온 탓에 울릉군에는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뿐만 아니라 2일 하루에만 동·서해상을 향해 SRBM과 지대공 미사일 등 최소 24발의 미사일을 퍼부었고 또한 강원도 고성군 일대에서 동해상 접경 수역 NLL 북방 '해상 완충구역' 내로 100여 발의 포병사격도 가했다.
이에 대응해 우리 군은 공군 F-15K와 KF-16 전투기를 동원해 슬램-ER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2발, 스파이스 2000 유도폭탄 1발등 모두 3발을 NLL 이북으로 날려 보내며 맞대응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한·미 국방부는 3일 오전(현지시간·한국시간 3일 오후) 미 워싱턴DC 소재 국방부에서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열어 확장억제 실행력 제고 방안 등을 논의한다.
한편, 북한이 연이틀 탄도미사일 발사 등 무력도발을 벌이면서도 한반도 정세 긴장의 책임을 거듭 한·미 양국에 돌리고 있다.
북한 선전매체들은 3일에도 한·미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을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미사일 발사는 관영매체는 물론 선전매체에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는 '2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통일의메아리는 미군 F-35B 스텔스 전투기에 대해 "조선반도 주변 어디서든 침략의 예봉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첨단 살인 장비"라고 주장하면서 극도의 두려움과 경계심을 드러냈다.
북한 매체가 신형 무기 실험이라고 주장하며 공개한 사진들. 왼쪽부터 신형대구경조정포, 초대형방사포(KN-25),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자료=미국의소리(VOA) 홈페이지 캡처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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