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퇴거 요청에 불응, 사태 장기화 우려
강제 퇴거까지 수개월 걸려 '법적 조치 쉽지 않을 듯'
원룸촌 공동화 현상 시작, 방 빼는 사람들 속속 등장
정명근 화성시장이 연쇄성폭행범 관내 거주지 퇴거를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화성=장충식 기자】 '수원 발발이'로 불리는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가 출소와 더불어 경기도 화성시 원룸촌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박병화는 지난 2002년 12월∼2007년 10월 수원시 권선구, 영통구 등지의 빌라에 침입해 20대 여성 10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15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지난 10월 31일 만기 출소했다.
앞서 박병화 가족은 출소 1주일 전인 지난달 25일 화성시 봉담읍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아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30만원, 12개월짜리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월세 계약 과정에서는 박병화의 가족은 "조카가 거주할 예정이어서 대신 계약하러 왔다"며 박병화 이름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건물주는 뒤늦게 임대차 계약 해지를 서면으로 통보하는 등 퇴거를 요구하고 있지만, 박병화가 불응하면서 사태가 장기화 되고 있다.
거주지 인근 학교 많아, 시민들 16일까지 반대 집회
문제는 박병화 거주하는 원룸이 수원대학교 후문에 인접해 있고, 인근에 또 다른 학교들이 밀집해 있다는 데서 지역주민들이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곳은 골목길을 따라 3~4층 높이의 원룸 건물들이 밀집한 원룸촌으로, 주로 학생들과 인근 공단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이 입주해 있으며, 500m가량 떨어진 곳에는 초등학교도 한 곳 있다.
이처럼 박병화 거주로 인해 지역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해당 원룸 앞에서는 연일 '강제 퇴거'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특히 화성시는 오는 16일까지 읍·면·동별 순번을 정해 매일 오전과 오후 2차례씩 퇴거 요구 릴레이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원룸촌 공동화 진행, 강제 퇴거 가능할까?
그렇다면 과연 박병화의 강제 퇴거는 가능할까?
이미 건물주의 퇴거 요구에 불응한 박병화는 출소 후 1주일째 두문불출 하며 계속 거주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앞서 건물주는 박병화의 가족이 위임장도 없이 박병화 명의의 도장을 이용해 대리 계약했기 때문에 "임대차 계약은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퇴거 요청을 끝내 불응하면 향후 명도 소송이라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화성시는 임대차 계약 당시 임차인 측이 박병화의 신상에 대해 아무런 고지도 없이 계약한 것 또한 사후 계약 해지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법적 해석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이유로 강제 퇴거까지 이어지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박병화 본인이 나가지 않는 한, 법적인 방법으로 몰아낼 방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화성시는 '강제퇴거 TF'를 꾸리고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실제 진행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약 1300여 가구가 밀집된 해당 원룸촌은 불안감으로 하나 둘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는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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