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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건축물 과태료는 '찔끔'… 용산구 건당 115만원 부과 [이태원 참사 키운 불법 증축물]

두차례 시정명령 후 이행강제금
올 11월까지 253건 2억9천만원
강제금 감수하고 영업 이어가
참사 인근 17곳중 8곳이 '위반'

이태원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불법 증축물이 꼽히고 있는 가운데 용산구청이 올해 불법 건축물에 부과한 이행강제금이 1건 평균 115만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주들이 낮은 과태료를 내면서 영업을 이어가는 경우가 대다수라 이번 참사의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용산구 이행강제금 1건당 115만원

6일 용산구청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한해 동안 용산구 내 위반건축물에 부과된 이행강제금은 모두 253건으로 금액은 2억9168만8680원이다. 1건당 평균 115만원이 부과된 셈이다.

관할 구청은 불법 증축·무허가 등 위반건축물이 발생하면 두 차례 시정명령을 내리는데, 이를 지키지 않을 시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 하지만 그 액수가 상가 수익에 비해 크지 않다 보니 위반 건축물 다수가 이행강제금을 내면서까지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태원 참사사고 현장 인근에도 건물 17곳 중 8곳이 무단증축 등 위반 건축물로 등록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건축물은 이행강제금을 낸 뒤에도 시정조치 등에 나서지 않았다.

서울시 주택정책실이 김태수 시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해밀톤호텔의 경우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7건의 위반사례가 적발됐지만 이행강제금을 납부한 채 영업을 지속했다. 지난해 11월의 경우 본관 뒤편 테라스 확장이 적발돼 이행강제금 397만680원을 납부하기도 했다. 관할 구청은 이행강제금 부과 외에는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사실상 없어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관련 법 판례에서도 위반 건축물에 대한 행정대집행은 '공익을 심히 해할 때'로 제한하고 있다"며 "시정조치를 이행할 때까지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것이 현재로선 제일 강력한 조치인 셈"이라고 밝혔다.

■제재수단 모색해야

이행강제금 부과 조치에도 위반 건축물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서울시는 지난 2019년과 2021년 고발조치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위반 건축물 행정조치 관리강화방안' 등을 수립했다.

서울시 주택정책실이 최재란 시의원에게 제출한 해당 자료를 보면 당시 서울시는 "위반 건축물에 대해 고발조치를 했어야 함에도 건물주의 반발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이행강제금만 부과하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고발조치는 하지 않았다"며 "추후 신규 위반 건축물에 대해서는 고발 절차를 필수적으로 이행할 것"이라고 기재한 바 있다. 고발조치 강화 방안을 세웠지만 최근 3년간 서울시 위반 건축물에 고발조치가 이뤄진 건수는 201건(2020년)·140건(2021년)·91건(2022년 9월)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다만 고발조치가 큰 효력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고발조치는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약식기소가 대부분이라 벌금 몇백만원을 내고 마무리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각 위반 건축물의 위험성을 평가해서 안전상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강력한 행정집행을, 위험성이 적을 때는 자진해 시정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시스템 전반의 개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