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시부야구 장기회관에서 지난달 28일 제81기 명인전 A급 순위전이 열리고 있다. 이날 나가세 타쿠야(오른쪽) 왕좌와 맞붙은 사토 아마히코 9단은 장고 중 "마스크를 벗고 있었다"는 이유로 반칙패했다. 출처=유튜브 캡처
[파이낸셜뉴스] 일본에서 장기대국이 열리던 도중, 한 선수가 마스크를 30분가량 벗고 있었다는 이유로 반칙패 하는 일이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7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도쿄 시부야구 장기회관에서 ‘제81기 명인전 A급 순위전’이 벌어졌다. 이날 오전에 시작된 대국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종반전에 접어든 오후 11시쯤, 사토 9단이 장고(長考) 중이던 상황에서 30분 이상 마스크를 미착용한 채로 있자 대국 상대였던 나가세 왕좌가 대회 관계자에게 “반칙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나가세 왕좌가 지적한 규정은 올 2월 도입된 것으로, “건강상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곤 대국 중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이었다. 판단 요청을 받은 일본장기연맹 측은 1시간이 넘는 협의를 거쳐 사토 9단의 반칙패를 판정했다.
일본 언론 매체들은 “사토 9단의 이번 패배는 마스크 착용에 관한 규정이 마련된 이후 최초로 적용된 사례”라고 보도했다. 당초 해당 규정이 마련되기 전 장기 대국 중 마스크 착용은 ‘권장’에 그쳐왔는데, 선수들이 경기 막바지에 이르러 마스크를 벗고 경기하는 경우가 늘어나자 의무화를 결정한 것이었다.
일본 네티즌 사이에선 사토 9단의 반칙패 판정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판정 전 사토 9단에 대한 주의 조치가 없었다는 점에서 네티즌들은 “한 번의 경고는 필요했던 것 아니냐” “수다를 떨거나 기침한 것도 아니고, 잠자코 생각하고 있던 것은 감염 위험성조차 없다” “미리 주의가 있었다면 (사토 9단도) 마스크를 썼을 것”이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현역 기사들도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사사키 다이치 7단은 사토 9단의 반칙패 소식에 “너무 충격적인 패배”라며 “정말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야마모토 히로시 4단도 “안타깝다. 정말 이상한 패배”라고 언급했다.
일본에선 현재 실외뿐 아닌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 규정은 ‘권고사항’에 그친다.
이에 해당 규정에 대한 재검토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속속 나오고 있다. 운동선수 출신인 스도 겐키 참의원 의원은 “승부 중인 사람에게 본래 경쟁이 아닌 것에 의한 패배는 정말 억울한 일”이라며 “결과를 재검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카쿠라 히로미 여류 2단은 “경기 외에서의 룰 위반에 대해선 반칙패보단 대국료 반납 등 다른 페널티를 적용해야 한다”며 “승패는 어디까지나 대국 내에서 결정지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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