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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디트 스위스 “亞 인구구조적 변화, 지역의 경제적 변환 추월”

한국 등 亞 10개국 인구통계 조사 결과 발표 ‘눈길’
亞 10개국 고령화↑ 인구구조 변화 인플레이션엔 ‘미미’

크레디트 스위스 “亞 인구구조적 변화, 지역의 경제적 변환 추월”
보고서 표지 이미지. (제공: 크레디트 스위스)

[파이낸셜뉴스] 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트 스위스 리서치 인스티튜트(Credit Suisse Research Institute, CSRI)는 7일 아시아의 경제 성장 속도와 출산율 하락 간 차이를 비교 분석한 ‘아시아의 고령화가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The global effects of Asia’s aging population)‘ 보고서를 발표했다. 크레디트 스위스 리서치 인스티튜트는 아시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6개 국가의 6000명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를 수행했다. 이번 조사는 인구구조적 변화가 노동력, 저축 등 공급 측면에 미치는 영향과 아울러 일자리 선택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기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말까지 과거 10년 동안 한국,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필리핀,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대만 등 아시아 10개국(이하 A-10 국가)은 전 세계 GDP 증가분의 50%를, 상품 수출 증가분의 60%를 차지했으며, 전 세계 다른 국가들에 약 5조 달러의 자본을 공급했다.

특히 아시아 10개국의 경제 성장 속도는 과거 EU와 미국이 비슷한 소득 수준에서 성장한 속도보다 2~3배 빠르게 성장했지만, 출산율 하락 속도는 5~7배 더 빨랐다. A-10 국가 대부분은 1인당 소득 수준이 EU와 미국보다 훨씬 낮을 때 저출산 수준에 도달했다. 고령화 역시 아시아 10개국에서 더 빨리 진행되고 있다. EU와 미국의 평균 연령이 30세에서 40세로 증가하는데 50년이 걸린 반면, 한국은 불과 17년, 일본, 중국, 태국은 22~24년 만에 이러한 현상이 일어났다.

보고서는 2010년 A-10 국가는 전 세계 생산가능인구 증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나, 2032년까지 이들 국가의 노동력은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농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탈피하면서 더 많은 노동력이 산업이나 서비스 분야로 공급될 것인데, 더욱 중요한 점은 이런 노동력의 양보다 노동력의 질이다. 서비스 분야의 고용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산업 분야의 글로벌 밸류체인에 대한 A-10 국가의 노동력 공급은 적어도 향후 10년 동안은 우려했던 것만큼 위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노동력 공급에 대한 위험은 지정학적 갈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결국 생산성 향상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노동력 공급과 관련된 문제는 2035년 이후 심화할 수 있다.

보고서는 A-10 국가는 순대외자산(net international assets) 15조 달러를 보유한 전 세계 자본의 주요 공급자라고 봤다. 대부분의 A-10 국가들은 여전히 연금 자산을 늘려야 하며, 이는 안전 자산에 대한 강한 수요가 지속될 것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향후 A-10 국가 성장에 대한 리스크는 노동력 공급보다는 부동산 및 인프라 등으로의 자본투자 부진과 더 관련이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게다가 최근 몇 년간 A-10 국가 중 일부 국가에서 총요소생산성의 성장(또는 노동 및 자본의 효율적 활용)이 둔화하면서, 글로벌 성장에 역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와 별개로, 이번 보고서는 인구구조변화가 인플레이션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며, A-10 국가의 부양 비율은 향후 10년 동안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안전 자산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와 생산성 성장 둔화는, 최근의 거시경제 변동성이 가라앉게 되면, 다시 저금리 시대로 돌아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A-10 국가의 부양 비율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급격하게 증가하는 현상은 2035년 이후에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닐칸트 미쉬(Neelkanth Mishra), 크레디트 스위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전략 부문 공동 대표는 “이번 조사를 통해 인구통계학적 변화라는 공통의 과제를 가진 아태지역 내 다양성에 대해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라며 “예를 들어, 한국과 일본에서는 인구 통계학적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지만,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서는 변화가 현저히 느리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태국은 부자가 되기 전에 나이가 들 가능성이 있고, 인도는 향후 10년 동안 급증하는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라며 “이번 조사를 통해 크레디트 스위스는 아태지역 전반에 걸쳐 투자자들이 지금의 불확실한 거시 환경을 헤쳐 나가는데 필요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에리카 푼 베르쿤(Erica Poon Werkun), 크레디트 스위스 아시아 태평양 지역 리서치 대표도 “전 세계 인구의 약 60%가 아시아에 거주하고 있으며, 지난 수십 년 동안 아시아의 경제 성장은 세계 경제를 변화시켜 왔다”라며 “현시점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질문들은 아시아 지역의 고령화와 노동력 감소가 아시아 지역 내 그리고 전 세계에 어떤 영향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이번 보고서는 글로벌 성장과 인플레이션, 금리, 투자자 및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