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하는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현판이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찰청 마포청사 입구에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6명을 '이태원 참사' 관련 피의자로 전환해 수사에 착수했다.
김동욱 경찰 특수본 대변인은 7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특수본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을 포함해 류미진 서울경찰청 전 인사교육과장(총경),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과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정보계장 등 6명이 입건됐다.
이 전 서장과 류 총경은 업무상 과실차사상과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입건됐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발생 이후 약 1시간 30분 동안 지휘를 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 오후 9시께까지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 현장을 통제하다가 뒤늦게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9시57분에서 10시 사이 관용차량을 타고 녹사평역 인근까지 갔지만 교통 정체로 진입이 어려워 근처 일대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오후 11시15분께야 현장에 도착했다.
류 총경은 사고 당시 상황관리관으로서 상황관리를 총괄해야 함에도 이를 태만히 해 상황 인지 및 보고를 지연시킨 혐의를 받는다.
용산서 정보과·계장의 경우 직권남용과 증거인멸, 업무상 과실차사상의 혐의가 적용됐다.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과 계장은 핼러윈 기간 인파 집중에 따른 안전사고 우려가 담긴 정보보고서를 보고받고도 상부에 전달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이태원 참사 이후에는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직원을 회유하고, 보고서를 삭제하려 한 혐의도 받고 있다.
특수본은 이태원 참사 이후 용산서 정보과장이 핼러윈 기간 안전사고를 우려한 내부 문건을 삭제하고 회유 정황을 파악했다. 김 대변인은 "용산서 정보과장이 해당 문건을 삭제한 이후 '이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은걸로 하자'고 말한 정황이 파악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또한 업무상 과실차사상 혐의로 입건됐다. 최 서장이 입건된 배경에 대해 특수본 관계자는 "사전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했는지, 구조활동을 적절히 했는지에 대해 혐의점을 발견하고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기초적인 조사가 끝난 뒤 빠른 시일내로 피의자들을 소환하다는 방침이다. 서울시와 행안부 등 관련 기관에 대한 수사도 법리 검토 이후 진행할 예정이다.
특수본은 윤희근 경찰청장을 대상으로 한 수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 대변인은 "(윤 청장의) 사고 당시 조치와 사전 대비 상황의 적정성을 확인하고 있다"며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토끼 머리띠' 남성 관련 사건은 혐의없음으로 종결했다. 이 남성은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서 인파를 밀었다는 의혹을 받았다. 김 대변인은 "참고인 조사를 하고 휴대전화 위치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혐의점이 없어 사건을 종결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앞서 2일 이 남성을 소환해 실제로 군중을 밀쳤는지 등을 조사했다.
현재 특수본은 서류 등 현물 611점, 녹취파일 등 전자정보 6251점, 휴대폰 2대 등 총 7134점을 입수해 분석에 나서고 있다. 휴대폰 2대는 각각 용산경찰서 상황실장과 6호선 이태원역장 소유의 휴대폰으로 확인됐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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