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 풍산개 반납 소식에
與 "지원 안하니 파양... 남북대화 쇼였나"
野 "좀스럽고 민망한 것은 대통령실" 대립
문재인 전 대통령과 풍산개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받은 풍산개를 대통령기록관에 반납하겠다고 하자 정치권이 시끌벅적하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국민 혈세로 지원되는 관리비 지원이 중단되자 풍산개 파양을 신청했다며 입양의 감수성을 문제삼으며 문 전 대통령을 비판했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문 전 대통령 측은 이를 정쟁화하려는 대통령실의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반발했다.
잠재적 대권주자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김정은에게 선물받은 풍산개 세 마리가 이제는 쓸모가 없어졌나보다"라며 "김정은 보듯 애지중지 하더니 사료값 등 나라가 관리비 안준다고 하자, 이젠 못 키우겠다고 반납하려고 하는 것 보니 개 세 마리도 건사 못하면서 어떻게 대한민국을 5년이나 통치했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전직 대통령은 키우는 개도 나라가 관리해주나. 참좋은 나라"라고도 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9월 3차 남북정상회담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서 곰이와 송강을 받았다. 퇴임 후에는 이 두 마리에 곰이가 낳은 새끼 '다운이'까지 경남 양산 사저로 데려가 키웠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 측은 전날 곰이와 송강을 반환하겠다고 전했다.
문 전 대통령 임기 마지막 날인 지난 5월 9일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과 맺은 협약의 후속 조치인 시행령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문 전 대통령측 주장이다.
해당 협약에는 '사육 및 관리에 필요한 물품 및 비용을 예산의 범위내에서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문 전 대통령측의 풍산개 반환 이유로 사육 및 관리비 지급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가 자신들과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며 "결국 돈 때문에 못키우겠다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기록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김정은으로부터 선물받은 풍산개도 대통령기록물이라 법적으로는 국가가 관리하는 것은 맞다"며 "그러나 올해 3월말 신설된 조항은 '대통령 선물이 동물 또는 식물 등이어서 다른 기관에서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것인 경우에는 다른 기관의 장에게 이관해 관리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 측이 '좀스럽고 민망한 일을 하는 것은 정부·여당'이라고 성을 냈는데, 무엇이 태클이고 좀스럽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며 "문 전 대통령의 이번 풍산개 반환은 생명에 대한 감수성, 한반도 평화의 상징보다 관리비가 더 중요하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결국 남북대화가 풍산개 관리비보다 못한 쇼였음을 자인한 셈"이라며 맹공을 펼쳤다.
한편 문 전 대통령 비서실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풍산개들은 법적으로 국가소유이고 문 전 대통령 퇴임 시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었으나, 대통령기록관에 반려동물을 관리하는 인적·물적 시설과 시스템이 없기때문에 그 관리를 문 전 대통령에게 위탁하기로 정부와 협의가 이뤄졌고, 윤석열 당선인과의 회동에서도 선의의 협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만 선례가 없는 일이고 명시적인 근거규정도 없는 까닭에, 대통령기록관과 행안부는 빠른 시일 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명시적 근거 규정을 마련할 것을 약속했다"며 "하지만 퇴임 6개월이 되는 지금까지 진척이 없는 상황으로 역시 대통령실의 반대가 원인인 듯하다"고 주장했다.
비서실은 이어 "지금까지의 경과를 보면, 대통령기록관과 행안부의 입장과는 달리 대통령실에서는 풍산개의 관리를 문 전 대통령에게 위탁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듯하다"고 지적한 뒤 "그렇다면 쿨하게 처리하면 그만. 대통령기록물의 관리위탁은 쌍방의 선의에 기초하는 것이므로 정부 측에서 싫거나 더 나은 관리방안을 마련하면 언제든지 위탁을 그만두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자 용산 대통령실은 공지문을 통해 "문재인 전 대통령 측에서 풍산개를 맡아 키우기 위한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자 하였으나 대통령실이 반대하여 시행령이 개정되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해당 시행령은 대통령기록관 소관으로서, 행안부, 법제처 등 관련 부처가 협의 중에 있을 뿐, 시행령 개정이 완전히 무산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가 협의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로서, 시행령 입안 과정을 기다리지 않고 풍산개를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한 것은 전적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 측 판단일 뿐, 현재의 대통령실과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겉으로는 호탕하게 '데려가서 키우라'고 해놓고, 속으로는 평산마을에서 키우는 행위를 합법화하는 일에 태클을 거는 것은 대통령실"이라며 "좀스럽고 민망한 일을 하는 것은 정부·여당"이라고 맞받아쳤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