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라임펀드 제재안 상정
'문책경고' 상당 중징계 가능성
"전관 앉히려는 수순" 의견도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의 금융당국 제재가 임박했다. 금융당국의 결정에 따라 손태승 회장의 연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중징계를 빌미로 전직 관료를 임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정권의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냈다.
■금융위, 정례회의서 징계 수위 논의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9일 정례회의에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제재안을 상정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지난해 4월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 결정을 한 지 1년6개월여 만이다.
금융위는 전날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안건소위원회를 열고 제재안을 논의한 끝에 9일 정례회의에 안건을 상정하기로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안건소위는 제재 대상자와 금감원 검사국의 진술을 대심제 형식으로 번갈아 들으며 대립하는 양측의 주장을 세세히 검토하는 과정이다.
라임 사태는 2019년 7월 라임자산운용이 코스닥 기업들의 전환사채(CB) 등을 편법 거래하며 부정하게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던 펀드에 들어있던 주식 가격이 폭락해 환매 중단이 벌어진 사건이다. 2019년 10월 이후 해당 펀드는 환매가 중단됐으며 피해액은 1조6000억원에 달한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이 중 문책 경고 이상은 3∼5년 금융사 취업을 제한하는 중징계다. 손 회장이 원안대로 금융위에서 문책 경고의 제재를 받으면 연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금융노조 "낙하산 인사 반대"
금융노조는 이날 낙하산 인사가 금융위기를 가속화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금융노조는 최근 BNK금융그룹이 회장 후보군에 외부 인사를 포함 시킬 수 있도록 경영 승계 규정을 개정한 것, 수협은행 재공모를 통해 후보를 추가한 것 등을 낙하산 임명의 징조라고 강조했다.
금융노조는 "우리금융의 라임펀드 판매를 빌미로 무리한 중징계를 통해 현 회장을 몰아내고 전직 관료를 앉히려 한다는 소문이 시장에서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금융노조는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과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그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은 레고랜드 사태와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 등에서 보듯 작은 불씨 하나에도 시장 전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낙하산 인사보다는 각 회사 내부의 승계프로그램으로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회장, 행장 인선이 진행돼야 시장에 신뢰성과 안정감을 준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손 회장은 라임사태와 비슷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관련 금융당국의 문책 경고를 받았고 이후 행정소송에서 1심, 2심에서 승소했다"며 "이번 라임사태에서 중징계를 내리면 가중처벌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박신영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