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울산 ‘시내버스 준공영제’ 뒷걸음… 노선 실타래 언제 풀리나 [fn 패트롤]

노선 복잡해 이용객 줄어 악순환
버스회사 적자 보전 매년 천억씩
준공영제 도입 합의 용역 진행중
민선8기, 준공영제 무산 움직임
"적자 노선 늘고 임금 인상도 부담"

울산 ‘시내버스 준공영제’ 뒷걸음… 노선 실타래 언제 풀리나 [fn 패트롤]
울산시 고령운전자 면허 반납 건수가 2020년을 기점으로 줄고 있다. 실타래처럼 엮인 노선은 고령자들의 자동차 운전면허증 반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됐다. 시내 도로에서 운행 중인 시내버스 사진=최수상 기자

울산=최수상 기자】 울산지역 고령자의 자동차운전 면허증 반납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는 자가용으로 10분 거리를 50분이나 허비해야 하는 시내버스의 복잡한 노선 운영이 한 몫을 하고 있다. 해결책으로 떠오른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모양새다.

■시내버스 너무 불편…운전면허증 반납 후회

13일 울산시와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면허를 반납한 고령운전자는 △2015년 23명 △2016년 31명 △2017년 49명 △2018년 145명 △2019년 270명에서 지난 2020년에는 1557명으로 급증했다. 울산시가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한 울산 거주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10만 원이 충전된 교통카드를 주겠다는 이벤트 때문이었다.

하지만 2021년 1399명, 올해 9월말 현재 975명 등 또 다시 해가 갈수록 반납 건수가 줄고 있다. 노인들의 신체적 건강이 예전보다 나아지고 사회·여가활동이 증가하면서 자가용 쓰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울산지역의 경우에는 유일한 대중교통인 시내버스의 이용 불편도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운전면허증 반납을 후회한다는 김모씨(76)는 "시내에서 자가용이나 택시로 10분이면 갈 곳을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기다리는 데 20분, 타고 가는데 30분 등 거의 50분이 걸려 급할 땐 결국 비싼 택시를 탄다"라며 "시내버스가 사람을 많이 태우기 위해 너무 많은 곳을 경유하는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울산시도 인정하고 있다. 시내버스 적자 최소화를 위해 경유지가 많은 복잡한 노선을 만들었지만 불편이 커지면서 또 다시 이용객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이에 시는 대중교통 서비스 수준 향상과 안정적 경영, 근로여건 개선 등을 위해 지난해 11월 버스회사, 버스노조와 함께 준공영제 도입에 합의하고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대중교통 서비스 보다 돈 걱정 앞서서야

울산시는 지역 6개 시내버스 회사의 적자를 보전해주기 위해 매년 1000억 원 가량을 시비로 지원하고 있다. 지원금은 이들 회사 운영비의 96% 수준에 이른다. 적자의 100%를 보전하는 준공영제가 도입되면 수익 때문에 꼬인 실타래 같은 시내버스 노선을 곧게 펼 수 있고, 이용객도 보다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준공영제 도입과 관련해 울산시의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 민선8기 김두겸 울산시장이 지난 7월 취임하면서 준공영제 도입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시내버스 준공영제 취지를 고려하면 적자 노선이 더 많아지고 시의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시내버스 종사자들의 임금 인상도 부담요인으로 지적했다.

이처럼 준공영제 무산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자 울산지역 시내버스노조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반발했다.
노조는 "준공영제 도입을 전임 시장 사업이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철회하기보다는 시민과 버스노동자 등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울산시 관계자는 "지난 민선 7기에서 준공영제 도입을 검토하자는 데 협약을 한 것이지 도입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협약에 따른 연구용역은 그대로 진행 중이고 현재까지 입장이 변한 것도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지역 사회단체 한 관계자는 "사실상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시내버스가 운영되고 있다면 더 이상 수익에 전전긍긍 하지 말고 노인과 학생, 여성 등 교통약자와 출퇴근 직장인을 위한 복지서비스와 공공재의 공유 차원으로 울산시가 접근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