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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씨 벗는 사람들③]"미성년 출소자에 따뜻한 가정" 강남 집한채 덜컥 기부한 사업가

지오엠씨 임영현 대표 20여년 전 사재 3억원 출현해 마련한 '딸 부잣집' 임 대표"출소자에게 가정을 선물하고 싶었다" 출소자들 제대로 된 경제활동하지 못하는 경우 많아 빛 나는 활동은 아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기부


[주홍글씨 벗는 사람들③]"미성년 출소자에 따뜻한 가정" 강남 집한채 덜컥 기부한 사업가
15일 기자가 만난 임영현 지오엠씨 대표./사진=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다른 일은 내가 아니어도 할 사람 많잖아요. 출소자를 도우면 출소자가 아니라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거에요."
출소자들에 대한 경제지원은 국가에서도 적극 지원하기 어렵다. 도덕적 흠결이 있는 사람에게 과연 지원이 필요하느냐는 비판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도 지원은 필수적이다. 도움을 통해 범법자가 사회에 적응하게 되면 재범률을 낮출 수 있고, 결과적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임영현 지오엠씨 대표는 출소자들을 지원할 집을 덜컥 기부했다. 과거 엠씨스퀘어로 사업이 번창하던 시절부터 줄곧 출소자 지원사업을 해왔다. 엠씨스퀘어가 상장 폐지되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던 시절에는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비상근 이사직을 수행하며 행정 업무를 맡기도 했다.

■1999년부터 출소자 주거개선 위해 힘써
15일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지오엠씨 사무실에서 임 대표를 만났다. 임 대표는 2000년에 서울 송파구의 2층 양옥을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에 기부했다. 출소한 청소년들이 머물수 있는 '딸 부잣집'이다. 딸 부잣집의 당시 시세는 3억 6000만원. 부동산114에 따르면 당시 시세로 서울 서초구 잠원동 일대 30평대 아파트를 1.5채를 살 수 있는 금액이다. 전부 개인 돈으로 마련했다. 남편에게 1억 3000만원을 빌리기까지 했다. 그는 소년원을 출소한 청소년에게 따뜻한 가정을 선물하고 싶었다"며 "장롱과 책상, 피아노 등 가정에 있을 법한 가구로 딸 부잣집 내부를 채워 최대한 가정집같은 느낌이 나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1999년부터 소년원에 복역하는 아이들을 후원해왔다. 소년원에서 만난 이들 상당수는 가정폭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이들이었다. 문제는 이들이 출소를 한 후 오갈 곳이 없다는 점이다. 원조교제를 하는 이유도 일부는 숙식을 해결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임 대표는 "어린 출소자들 사연을 보면 안쓰러운 경우가 많다"며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소년원 봉사활동에서 만난 아이들이 남같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 역시 장밋빛 인생만을 살아온 것은 아니다. 2009년에 사업자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자자가 자본금을 차입해 회사 통장에 입금하는 '무자본 M&A' 사기에 걸렸다. 이 사건으로 기업가치는 1조 3000억원에서 14억원으로 추락했다. 급기야 증시에서 퇴출되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회사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임대표는 출소자들을 위한 주거지원 사업에 발 벗고 나섰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함께 진행하는 임대주택 지원사업에서 선정 위원으로 활동했다. 공단의 행정일을 도왔다. 출소자들의 가정을 방문하며 먹거리와 생필품을 기부하는 활동을 이어 갔다. 임 대표는 "출소자들은 범죄이력으로 제대로 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부 이유를 설명했다.

■사회안정 위해 누군가는 해야 할 일
선행을 했지만 주변에서 핀잔도 많이 받았다. 죄 짓지 않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도 많은데 왜 굳이 출소자를 도와야 하느냐는 비난이다. 임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장학금 기부와 조손가정 후원 등 남들이 알아주는 '좋은 일'들은 많다"며 "그런 일들은 할 사람들이 많지만 출소자를 지원하는 어두운 일은 나서는 사람이 없다. 내가 아니면 할 사람이 없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피의자들이 출소 후 경제적 자립에 실패하고 사회에 복귀하지 못한다면 생계를 위해 결국 또다시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임 대표는 "물론 범죄를 저지르는 일은 나쁜 일이다. 하지만 복역을 통해 죗값을 치렀다면 이제 그들이 사회에 정상적으로 복귀할 수 있는 작은 구멍 정도는 마련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