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7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촬영된 중국의 무허가 '경찰 서비스 센터'. /AP뉴시스
<중국의 해외 무허가 '경찰 서비스 센터' 분포>*적색: 푸젠성 푸저우 경찰/ 청색: 저장성 칭톈 경찰/ 황색: 저장성 원저우 경찰/ 적색 테두리: 폐쇄 요청 시설 *자료: 파이낸셜타임스(FT)
[파이낸셜뉴스] 중국 지방정부 경찰들이 잇따라 유럽 등 세계 곳곳에 무허가 경찰서를 세운 뒤 반체제 인사를 붙잡아 중국으로 보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이러한 시설을 용납할 수 없다며 폐쇄 명령을 내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중국 푸젠성 푸저우, 저장성 칭톈, 저장성 원저우 지방정부가 세계 21개국에 개설한 '경찰 서비스 센터'가 최소 54곳이며 이중 35곳이 유럽에 있다고 전했다.
中 "자원 봉사로 운영되는 행정 지원처"
칭톈 경찰은 지난 2018년 발표에서 전 세계적으로 15곳의 경찰 서비스 센터를 세웠다며 해당 시설의 업무가 "해외 중국인 분쟁 지원 및 정보 수집을 위한 서류 업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센터가 "해외 경찰 업무"를 수행한다고 밝혔다. 푸저우 경찰 역시 올해 1월 발표에서 해외에 30곳의 서비스 센터를 세웠다고 밝혔다. 한국에는 현재 중국 경찰의 서비스 센터가 없다고 알려졌다.
중국 외무부는 FT를 통해 54개 시설이 "우리가 알고 있는 한, 해당 조직은 '경찰서' 혹은 '경찰 서비스 센터'가 아니다"라고 서면 답변했다. 외무부는 문제의 시설들이 해외 거주 중국인의 운전 면허증 갱신 같은 행정 업무를 처리한다고 주장했다. 외무부는 해당 업무를 대사관이나 영사관이 아닌 이러한 시설에서 처리하는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어 "시설이 들어선 모든 장소는 중국 화교들이 지원한 것이며 따뜻한 선의를 품은 자원봉사자들이 일하고 있다"며 "해당 시설에 어떠한 경찰 공무원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네덜란드에 체류 중인 중국 반체제 인사 왕징위는 FT를 통해 지난 2월부터 푸저우 경찰과 관련된 번호로 수백 통의 전화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전화 상대방이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있는 해외 경찰서에 가서 자수하라며 중국에 있는 부모를 생각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왕징위는 "처음에는 거짓말인줄 알았다. 어떻게 여기 중국 경찰서가 있나?"라고 말했다.
칭톈 경찰은 해당 시설에 대해 "귀국 설득" 운동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해외에 체류 중인 온라인 사기범, 보이스피싱 범죄자, 반체제 인사 등이 중국으로 귀국하도록 설득하는 운동이다. 중국 공안부 당위원회 위원이자 부부장인 두항웨이는 지난 4월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해외에 머물던 21만명의 중국 사기꾼들이 "설득"에 의해 중국에 귀국했다고 주장했다.
네덜란드·英 “미신고 시설… 폐쇄하라” 명령
스페인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단체인 '세이프가드디펜더스'는 지난 9월 ‘중국의 초국적 감시 남용 실태’ 보고서에서 경찰 서비스 센터의 실체를 폭로했다. 이들은 센터가 사실 해외 체류중인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색출해 중국으로 강제 송환하기 위한 시설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단체의 피터 다린 공동 설립자는 해외 체류중인 중국 범죄자가 "유죄 여부를 떠나 공정한 재판을 받고 고문을 피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 예일대 법학전문대학원의 모리츠 루돌프 연구원은 "중국은 2019년부터 성장하는 강대국이 일반적으로 하는 것처럼 해외 활동 법률을 증가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미국의 영향력을 따라잡으려 했지만 중국법을 해외에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특히 유럽에서 그랬다"고 분석했다.
유럽 국가들은 즉각 반발했다.
웝크 훅스트라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1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암스테르담과 로테르담에서 운영 중인 경찰 서비스 센터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그는 중국에 “네덜란드의 허가를 받지 않은 경찰서들을 즉시 폐쇄해야 한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영국의 톰 투겐다트 안보장관 역시 같은날 영국 하원 연설에서 "극도로 우려스럽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영국 법을 준수하지 않은 모든 행위는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 아일랜드 외무부에 따르면 아일랜드 주재 중국 대사관은 수도 더블린에 설치된 경찰 서비스 센터에 대해 중앙 정부가 아닌 푸저우의 단독 행동이라고 해명했다. 아일랜드의 사이먼 코베니 외무장관은 여전히 "용납할 수 없다"며 폐쇄를 요구했다.
FT는 중국이 문제의 경찰 센터 폐쇄 이후에도 해외 반체제 인사를 잡아가기 위해 계속 노력한다고 내다봤다.
지난 2020년에 보안법을 도입한 홍콩 정부는 같은해 12월 기준으로 중국에 반대하는 해외 체류인사 약 30명에게 지명수배령을 내렸다. 다국적 사법기관인 유럽인권법원은 지난 10월 폴란드에 체류 중인 대만 국적자를 중국으로 송환하지 못하게 막았다. 법원은 "중국 교도소의 폭력적인 환경을 고려해 고문 및 기타 형태의 나쁜 처우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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