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매자 인수금융 난항 영향..해외 투자자 방법도 어려워
[파이낸셜뉴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인수금융 투자자를 찾지 못하면서 거래(딜)를 내년으로 미루는 사례가 나왔다. 최근 금리상승으로 인수금융 금리가 7~9%가 높아진 것에 더해 아예 M&A시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기관들의 입장 변화다. 유동성 부족으로 M&A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무르프라이빗에쿼티(PE)는 EY한영을 천호엔케어 매각주관사로 지난 6월 선정 후 매각 자체를 연기키로 했다. 원매자가 인수금융을 구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밸류에이션(가치) 조정 실패도 딜 무산의 배경이다. 천호엔케어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 원금을 밑도는 밸류에이션을 끝까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무르PE는 500억원대 자금을 들여 천호엔케어 76.8%를 투자한 바 있다.
앞서 천호엔케어 매각 예비입찰에는 농심은 물론 헬스밸런스, 식품업을 영위하고 있는 상장사 등이 관심을 보였다. 숏리스트(인수적격후보)는 농심, 헬스밸런스 등 4~5곳였다. 농심 등은 매각가격을 두고 매도자와 이견을 보이며 이탈했다.
전력기자재업체 우진기전도 매각을 내년으로 미뤘다. 원매자 중 모건스탠리PE는 김앤장을 통해 법률실사를 했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하지만 모건스탠리PE 등 숏리스트 모두 인수금융 투자자를 찾는데 실패했다. 해외 투자자를 통한 거래 방법도 어려웠다. 국내는 물론 해외도 금리상승과 함께 유동성 부족을 시장이 겪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거래규모 3조원에 이르는 구강 스캐너업체 메디트의 매각도 원점으로 돌아갔다. 메디트의 매각 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최근 칼라일·GS 컨소시엄에 부여된 메디트 인수 우선협상권을 연장하지 않았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1년 간 새 주인 찾기 작업을 벌여 온 버거킹 매각을 철회했다. 금리 상승에 대주단을 현실적으로 구하기 어려워서다. 버거킹의 매각 주간사인 골드만삭스는 시장 상황을 보며 내년 하반기께 다시 매각에 나설 계획이다.
매도자 측은 한국과 일본 버거킹 지분 100%를 매물로 내놓고 희망매각가로 한국법인만 1조원 이상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결국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 딜 일정 자체를 연기했다.
맘스터치도 기존 매각 주간사인 BOA메릴린치에서 지난 10월 도이치증권으로 매각 주관사를 교체하고 예비입찰을 진행할 계획였다. 하지만 희망매각가가 1조원에 달해 새 주인 찾기 작업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 의견이 높다.
국내 대형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의 경우 카카오모빌리티에 이어 메가스터디교육 인수도 무산됐다.
지난달 말 국내 상업용 오피스 거래 사상 최대 규모로 주목받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IFC 인수도 결국 무산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매도 측인 캐나다 브룩필드자산운용과 IFC 매입을 위한 협상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2000억원의 이행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에 국제분쟁 중재를 신청했다.
지난 9일 KB증권과 이지스자산운용도 글로벌 초대형 IB인 크레디트스위스의 취리히 본사 건물 인수거래가 불발됐다. 인수가격은 약 1조8600억원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시중금리 급등으로 인수금융 대출금리가 10% 가까이 치솟고 대형 기관들도 보수적 관점에서 투자 자체를 신중하게 나서는 분위기라 자금조달이 예년 대비 여의치 않다"며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Y한영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M&A 조달액은 188억달러(26조2000억원)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2015~2019년 기간 평균 대비 37% 급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