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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법원이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 살인범 이춘재에게 초등학생 딸을 잃은 고(故) 김용복(69)씨 유족에게 국가가 2억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8일 법원에 따르면 수원지법 제15민사부(부장판사 이춘근)는 지난 17일 당시 경찰이 딸의 유골을 발견했음에도 이를 은닉하는 등 유족에게 장기간의 고통을 줘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모 대해 각 1억원, 형제에 대해 2000만원 위자료를 인정했다. 다만 부모가 모두 사망해 형제에게 2억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실종사건 수사에 관여한 경찰의 진술 내용, 당시 작성된 조사 보고서 등을 비춰보면 당시 경찰이 피해자의 사체를 발견해 살해 가능성을 인지했는데도 단순 가출 사건으로 종결하는 방식으로 실종사건 진상을 은폐·조작했다"라고 판시했다.
또 "경찰들의 위법행위로 인해 유족이 피해자에 대해 애도와 추모를 할 권리, 피해자 사인에 대한 알 권리 등 인격적 법익이 침해됐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국가는 유족에게 그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도 했다.
한편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발생한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은 피해자 김모양이 1989년 7월7일 오후 1시10분께 학교가 끝난 뒤 집에서 600m 떨어진 곳까지 친구와 오다가 헤어진 뒤 실종된 사건이다.
이 사건은 단순 실종사건으로 분류됐다가 2019년 이춘재가 이 사건을 자백하면서 수사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수사본부는 이춘재로부터 "김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했다"는 자백과 함께 "범행 당시 줄넘기로 두 손을 결박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수사본부는 경찰이 고의로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보고 당시 사건 담당 형사계장 등 2명을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등 혐의로 입건했다.
30여년전 경찰은 김용복씨와 김양의 사촌 언니를 참고인으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양의 줄넘기에 대해 질문했다. 이후 사건 발생 5개월 뒤 인근에서 김양의 유류품이 발견됐는데도 경찰은 가족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경찰은 당시 담당 경찰의 혐의가 상당하다고 봤지만 공소시효 만료로 형사적 책임은 지지 않았다.
유족은 지난 2020년 3월 피해자의 사체와 유류품을 발견하고 이를 은닉하는 등 사건 은폐·조작한 경찰의 불법행위에 대한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손해배상 금액은 2억5000만원이었지만, 4억원으로 변경했다.
김양의 아버지 김용복씨는 선고를 불과 두 달 앞두고 지난 9월 숨졌고 어머니는 2년 전 소송을 제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먼저 세상을 떠났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김양 오빠 김씨는 "동생의 소식을 기다린 30년보다 소송 판결까지 2년 8개월을 기다리는 게 더 힘들었다"며 "당사자인 경찰들이 이 사건에 대한 사죄를 꼭 했으면 한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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